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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프란치스코 교황에 왜 열광하나?

등록 2014-08-10 19:44수정 2014-08-11 10:59

프란치스코 교황. 한겨레 자료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 한겨레 자료 사진
권좌에서 낮은 데로…사랑 실천하는 프란치스코

오는 14~18일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을 이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영적 지도자로서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70대의 그는 즉위하자마자 파격적인 언행으로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그런 언행 뒤에 감춰진 그의 진짜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의 메시지를 간과한 채 표피적인 화제가 넘치는 상황에서 과연 그는 어떤 인물인지, 지금까지 그의 강론과 인터뷰, 문서, 그리고 그를 만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담긴 진면목을 살펴보는 기획을 4차례에 걸쳐 싣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교황에 즉위한 지 불과 1년 반 만에 세상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그를 선정했고, 경제지 <포천>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그를 꼽았다. 그의 무엇에 세상이 이처럼 열광할까.

우선 그는 지금까지 교황들이 보여준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수는 낮은 곳으로 내려왔지만, 교황들은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가버렸다. 교회적으로 ‘하느님’인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나라에서 인간의 땅으로 내려왔지만, 로마 교황이 권좌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데는 2천년이 걸렸다. 프란치스코는 2천년 만에 권좌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온 교황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대우받을 수 있는 이가 낮은 곳에 내려와 섬기기를 즐기면 더욱 높아지는 것이 세상의 아이러니다. 프란치스코 신드롬이 이를 말해준다. 바티칸에 모여드는 관광객은 전임 교황 때에 비해 3배나 늘었다. 가톨릭의 냉담자는 급격히 줄고, 신자가 늘고 있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의 행동이다. 그도 전임 교황들 못지않은 노인이지만 그는 주로 권좌에 앉아 있는 기존 교황들과는 달리 걷고 행동한다. 교회와 성직자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역시 행동이다. 교회를 야전병원으로 규정한 그는 “쓰러져 피 흘리는 사람에게 콜레스테롤 수치 따위를 묻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교회 밖으로 나가 고통에 신음하는 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것을 촉구했다. 중요한 것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솔선수범이다. 그가 교황이 되자마자 세계의 거물들이 그를 만나고 싶어했지만, 그는 로마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가장 먼저 찾고 만났다.

세속적으로는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교황이 낮은 곳에 있는 약자들의 곁으로 다가와준 것이다. 소외되고, 무시당하고, 핍박받고, 찢겨 고통받는 약자들에게 어머니처럼 두 팔 벌려 안아준 것이다.

더구나 그가 인도주의적 선행만으로 그치지 않고 세상의 구조적 악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지성과 양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브라질 빈민의 대부 에우데르 페소아 카마라 대주교가 “내가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 성자로 불리지만, 그들이 가난한 이유를 물으면 공산주의자로 불린다”고 말했듯이 지금까지 구조적 불평등 시스템을 지적하면 우익들로부터 여지없이 빨갱이 사냥을 당하곤 했다. 남미의 수많은 해방신학자들도 그런 공격에 의해 박해를 받았다. 그래서 종교지도자들도 가난한 사람을 돕는 모습은 연출할지언정 구조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삼가왔다. 그런데 12억 신자를 둔 가장 막강한 종교의 수장이 강자들만의 리그를 바꾸어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세계 거물들 대신 소외된 이들 만나
바티칸 관광객, 전임때의 3배 ‘인기’
인도주의 선행 그치지 않고
‘구조적 악’ 바꾸는 데 적극적
가톨릭 개혁 이끌지 주목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적 현안에 대한 분별력과 정치적 감각으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줄 만큼 멘토로서 실력을 지니고 있다.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지를 아는 감도 탁월하다. 스타로서 자질을 타고난 것이다. 따라서 종교가 다른 달라이 라마나 틱낫한에게서 삶의 조언을 구했던 가톨릭 신자들이 이제 가톨릭 안에서 멘토를 찾을 수 있는 일치를 이루게 됐다. 더구나 그는 사랑이나 평화, 화해라는 하나 마나 한 관념적인 언어를 동원해 현실을 회피하게 하는 대신 현실을 직면하며, 이를 타개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드문 종교지도자의 면모다.

가톨릭 내엔 프란치스코 수도회 재산이 얼마인지, 예수회원의 진짜 생각이 뭔지는 하느님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는 한국 못지않은 적나라한 좌우대립, 페론 좌익정권의 인기영합주의, 우익 독재자들의 인권유린과 학살이 난무한 아르헨티나의 상황에서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은인자중해온 진짜 예수회원이다. 독재 정권에서 수많은 사제 수도자들이 탄압을 받을 때 그가 이를 방조했다는 논란도 있다. 그러나 그는 행동하지 못한 과거에 대해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 시절 참회했고, 그 이후 더욱 용기있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이 되어간다는 세태를 역류하고 있다.

그것이 가톨릭 내적으로도 그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의 개혁정신을 되살려줄 인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신·구교의 분리 뒤 가톨릭의 개혁을 이끌어 위기를 돌파한 예수회의 개혁성, 또 최초의 비유럽 출신 교황인 그가 과연 제3차 바티칸공의회를 소집해 미완의 교회개혁을 이끌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선교에도 상당한 열의를 내보이는 그가 인기를 활용해 가톨릭의 세력 확장을 모색할지, 아니면 지금까지 언행대로 부정의한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책임감을 지속해줄지 단정하기에 1년6개월은 짧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번째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명확히 언급한 대로, 정치와 경제를 망라하고 부정의한 소수 권력의 부도덕을 간파하고 개혁하려는 의지를 공언한 것은 틀림없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무신론 공산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을 시대적 과제로 삼았다면, 그는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세계의 새로운 해악으로 떠오른 신자유주의의 경제 불평등을 개혁 과제로 꼽고 있다. 그는 돈만을 숭배하며, 인간을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체제를 질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메시아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는 자포자기한 채 앉아 있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구약의 선지자나 혁명가와 같이 용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래서 가톨릭 사제, 수도자와 신자들만이 아니라 세계가 좌고우면에서 벗어나 정의를 위해 더 담대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뒷심이 되어주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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