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한겨레 자료 사진
권좌에서 낮은 데로…사랑 실천하는 프란치스코
오는 14~18일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을 이끄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영적 지도자로서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70대의 그는 즉위하자마자 파격적인 언행으로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그런 언행 뒤에 감춰진 그의 진짜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의 메시지를 간과한 채 표피적인 화제가 넘치는 상황에서 과연 그는 어떤 인물인지, 지금까지 그의 강론과 인터뷰, 문서, 그리고 그를 만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담긴 진면목을 살펴보는 기획을 4차례에 걸쳐 싣는다.
바티칸 관광객, 전임때의 3배 ‘인기’
인도주의 선행 그치지 않고
‘구조적 악’ 바꾸는 데 적극적
가톨릭 개혁 이끌지 주목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적 현안에 대한 분별력과 정치적 감각으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줄 만큼 멘토로서 실력을 지니고 있다.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지를 아는 감도 탁월하다. 스타로서 자질을 타고난 것이다. 따라서 종교가 다른 달라이 라마나 틱낫한에게서 삶의 조언을 구했던 가톨릭 신자들이 이제 가톨릭 안에서 멘토를 찾을 수 있는 일치를 이루게 됐다. 더구나 그는 사랑이나 평화, 화해라는 하나 마나 한 관념적인 언어를 동원해 현실을 회피하게 하는 대신 현실을 직면하며, 이를 타개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드문 종교지도자의 면모다. 가톨릭 내엔 프란치스코 수도회 재산이 얼마인지, 예수회원의 진짜 생각이 뭔지는 하느님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는 한국 못지않은 적나라한 좌우대립, 페론 좌익정권의 인기영합주의, 우익 독재자들의 인권유린과 학살이 난무한 아르헨티나의 상황에서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은인자중해온 진짜 예수회원이다. 독재 정권에서 수많은 사제 수도자들이 탄압을 받을 때 그가 이를 방조했다는 논란도 있다. 그러나 그는 행동하지 못한 과거에 대해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 시절 참회했고, 그 이후 더욱 용기있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이 되어간다는 세태를 역류하고 있다. 그것이 가톨릭 내적으로도 그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의 개혁정신을 되살려줄 인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신·구교의 분리 뒤 가톨릭의 개혁을 이끌어 위기를 돌파한 예수회의 개혁성, 또 최초의 비유럽 출신 교황인 그가 과연 제3차 바티칸공의회를 소집해 미완의 교회개혁을 이끌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선교에도 상당한 열의를 내보이는 그가 인기를 활용해 가톨릭의 세력 확장을 모색할지, 아니면 지금까지 언행대로 부정의한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책임감을 지속해줄지 단정하기에 1년6개월은 짧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번째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명확히 언급한 대로, 정치와 경제를 망라하고 부정의한 소수 권력의 부도덕을 간파하고 개혁하려는 의지를 공언한 것은 틀림없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무신론 공산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을 시대적 과제로 삼았다면, 그는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세계의 새로운 해악으로 떠오른 신자유주의의 경제 불평등을 개혁 과제로 꼽고 있다. 그는 돈만을 숭배하며, 인간을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체제를 질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메시아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는 자포자기한 채 앉아 있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구약의 선지자나 혁명가와 같이 용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래서 가톨릭 사제, 수도자와 신자들만이 아니라 세계가 좌고우면에서 벗어나 정의를 위해 더 담대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뒷심이 되어주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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