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10일 오후 광주 남동 5.18 기념성당에서 연 ‘국가기관 불법 대선 개입 규탄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시국미사’에 참석한 성직자와 신자 등으로 성당 안이 가득 차 밖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출입문에는 ‘미사를 방해할 목적으로는 성당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대선개입 드러났는데도 은폐·축소”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 정권 비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 정권 비판
“모두가 나서서 가짜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해임’하자는 말입니다.”
10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남동 5·18 기념 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에서 정규완(75) 원로신부는 강론에 나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선거 개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침묵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신부는 “이 긴박한 시기에 온 국민이 뜻을 모아 역사적 선택을 해야 할 일이 있다”며 “깨어 있는 시민의 불같은 의지를 모아 ‘해임’하는 일만 남았다. 국민투표를 할 엄중한 시기”라고 말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연 시국미사엔 전국에서 모인 사제 130여명과 신자 등 1400여명이 참가했다. 성당 마당에까지 의자 100여개를 둬야 할 정도로 참가 열기가 높았다. 남동성당 안에는 “박근혜 사퇴 이명박 구속 촉구”라는 대형 펼침막이 걸렸다.
정 신부는 국정원 선거 개입 등의 진실이 밝혀졌는데도 대통령은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으며, 국방부, 보훈처, 청와대까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개인적 일탈이라고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신부는 “정부 집단이 조직적으로 일탈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돼버렸다. 그런데도 대통령 등 지도자들한테서 아무런 사과도 들을 수 없으니, 국민이 그들의 장난감인가? 노리갯감인가?”라고 질타했다.
정 신부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의 맥락을 사례별로 들며 차근차근 비판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을 두고 그는 “사건의 내용보다 그 과정이 석연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8월 위급 상황이 아닌데도,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싱겁게 끝날 무렵 난데없이 강압수사를 펼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신부는 ‘선거무효 소송인단이 지난해 1월4일 대통령 직무정지 집행 가처분 신청과 함께 대법원에 소를 제기했지만, 400일이 넘도록 대법원이 손을 놓고 있다’는 점도 환기했다.
정 신부는 1974년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 구속을 계기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태동할 때부터 참여했고 2003년 은퇴 이후에도 서울 용산참사와 4대강 사업 등에 강론과 선언 동참으로 의견을 밝혀왔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영선 신부)는 성명을 내어 “박근혜 대통령은 선출 과정에서부터 합법적이지 않다. 이제 우리는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국미사는 천주교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지난해 7월부터 열어온 시국미사의 하나다. 지난해 11월 전주교구, 12월 대전교구에 이어, 올해 수원교구(1월6일)와 마산교구(1월27일)로 이어졌다. 지난 3일엔 수도자연합회의 수사·수녀 등이 서울 서강대에서 시국미사를 열었다.
보수 성향인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과 고엽제전우회의 회원 50여명은 남동성당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중인데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강론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으나, 시국미사 참가자 등과 충돌은 없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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