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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국적 피부 달라도 ‘모두 우리 아이들’ 십시일반 후원해요”

등록 2022-08-18 19:06수정 2022-08-19 06:26

가톨릭 자선모임 ‘올마이키즈’ 10돌
김영욱 신부 2009년 작은 바자회 계기
24개 나라 44개 지역 1만4000명 후원
21일 부천 소사본3동성당 ‘감사 미사’
김영욱 신부가 2016년 캄보디아의 후원 아동 가정을 방문해 함께하고 있다. 올마이키즈 제공
김영욱 신부가 2016년 캄보디아의 후원 아동 가정을 방문해 함께하고 있다. 올마이키즈 제공

한국의 한 성당에서 인근의 가난한 아이들을 돕고자 연 작은 바자회로 시작된 도움의 물결이 배고프고 아프고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향한 젖줄이 되어 지구촌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올마이키즈’가 설립 10돌을 맞아 오는 21일 오후 4시 경기도 부천시 소사본3동성당에서 감사 미사를 올린다. 올마이키즈는 그동안 회원 3400여명이 십시일반 주머닛돈을 털어 24개국 44개 지역 1만4000여명의 아이를 도왔다. 가나, 가봉, 네팔,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에 사는 아이들과 회원이 1 대 1 결연을 맺어 후원한다. 1인당 월 3만원씩, 그렇게 후원한 금액이 7월 말 현재 56억2000만원에 이르렀다.

시작은 미약했다. 올마이키즈 이사장인 김영욱(60) 신부는 부천 소사본3동성당에 주임으로 부임한 2009년 지역에서 급식비를 내지 못한 아이들을 돕고자 바자회를 마련했다. 신자들이 음식을 장만하고, 기증한 물품을 판매해 모은 2000여만원으로 아이들을 지원했다. 다음해 초·중·고교 무상급식이 시작되어 굳이 성당이 나설 필요가 없게 됐다. 이런 이유로 그 다음해엔 바자회 수익금으로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원했다. 그러자 그해 무상교육이 시작됐다.

국내에서 이처럼 아동복지가 확대되자 김 신부는 ‘가난한 이들 중에서 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가난한 나라를 돕기 위해 올마이키즈를 설립했다. 호인수 신부, 노지향 행복공장 원장과 박영대 이사 등 지인들이 동지애를 발휘해 함께해주었다. 올마이키즈는 예수께서 돌아가실 때 어머니 마리아에게 “모두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고 한 말에서 착안해 ‘모두가 나의 아이들’이란 의미를 담았다. 가톨릭은 지구촌 곳곳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사는 곳에 파견돼 살아가는 신부와 수도자들이 현지 사정에 정통하기에 시행착오 없이 바로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었다.

2019년 지진 피해를 입은 뉴어셉틱학교를 재건해준 올마이키즈의 김영욱 신부를 비롯한 후원자들이 건물 준공식에 참석해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올마이키즈 제공
2019년 지진 피해를 입은 뉴어셉틱학교를 재건해준 올마이키즈의 김영욱 신부를 비롯한 후원자들이 건물 준공식에 참석해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올마이키즈 제공

“2013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차로 4시간 걸리는 해발 1500m에 있는 조그만 학교에 가보니, 한시간씩 걸어서 학교에 온 아이들이 점심시간이 됐는데도 도시락이 없어 수돗물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학교 식당에 조리 도구와 조리사 급여, 그리고 학생과 교직원 70명의 점심 무상급식을 작년까지 지원했다.”

김 신부는 “그 네팔 다딩의 너야데비 초등학교 학생들이 올마이키즈 지원 덕에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됐다는 연락을 현지 수녀님에게서 받던 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만큼 기뻤다”고 고백했다.

2016년 캄보디아에서 장마로 수해를 입은 집을 찾았을 때는 태어난 지 15일 된 아기에게 엄마가 젖을 물렸지만, 먹은 게 없어서인지 젖이 나오지 않았다. 곁에 있던 분유통도 비어 있었다. 김 신부와 후원자들은 우선 분유와 물, 쌀을 사다 주고, 학교에 다니던 그 집의 12살 아이와 후원 결연을 맺어 도왔다. 그 아이는 지금 오토바이 기술자가 되어 프놈펜에서 일하며 고향의 가족들을 돌보고 있다.

2017년 올마이키즈가 지어준 방글라데시 디나스풀 나자렛학교에서 김영욱 신부와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다. 올마이키즈 제공
2017년 올마이키즈가 지어준 방글라데시 디나스풀 나자렛학교에서 김영욱 신부와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다. 올마이키즈 제공

김 신부 일행은 2016년 방글라데시 디나스풀에서 ‘여학생들이 월경을 하면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축우리에 4~5일간 가둬둔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어이가 없어 그 지역 여자 아이들에게 ‘대안생리대 보내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올마이키즈는 그렇게 생리대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과 의약품을 취약 지역에 전달하고, 6개국 11개 지역엔 학교를 지어주고, 16개국 33개 지역엔 14억여원의 후원비를 들여 시설을 지원했다.

10년간 홍보를 위한 광고비를 한푼도 쓰지 않고도, 결연 사업 등에 3000여명이 동참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김 신부가 속한 가톨릭 인천교구 소속 성당의 신자들뿐 아니라 서울·부산·대전·광주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신자들과 비신자들까지 동참했다. 현지의 수도자들이 아이들과 결연을 맺어주고, 월 3만원가량의 후원으로 인해 그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매년 성장보고서를 후원자들에게 보내주면서 보람이 배가된 결과였다.

특히 해외 선교를 위해 파견된 가톨릭 선교사와 엔지오(NGO·비정부기구)의 협력으로 후원비의 90%가량이 아이들에게 현금과 물품으로 직접 전달돼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후원을 촉진시키기도 했다.

올마이키즈는 설립 10돌을 맞아 앞으로는 가난한 나라 아이들이 대학 진학을 원할 경우 대학 공부까지 지원하는 꿈장학회를 운영하는 등 더욱 다양한 도움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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