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안재웅 이사장
1940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63년 대학 졸업 이래 60년 가까이 기독교 사회운동과 민주화운동, 국제엔지오 활동, 사회복지사업까지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서 활동중인 팔순의 현역 사회운동가, 안재웅(81) 목사가 회고록 <역사가 내미는 손잡고>(대한기독교서회 펴냄)을 펴냈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출간기념회도 열린다.
지난해부터 맡고 있는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 직함이 말해주듯, 그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1979년 ‘와이더블류시에이(YWCA) 위장결혼식 사건’ 등과 관련해 네 차례나 옥고를 치른 대표적인 ‘민주 투사’이다. 가장의 체포와 재판 와중에 첫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잃었고, 큰아들(준현)은 충격으로 자폐증을 얻는 등 가족들도 험한 고초를 겪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가 쓴 책의 서문 제목은 ‘큰 풍파로 무섭고 어렵든지 나의 영혼은 늘 편하다’(찬송가 413장)이다. 지난 9일 그를 만나 회고록 출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회고록 ‘역사가 내미는 손잡고’ 펴내
5년 걸쳐 700여쪽 한국현대사 ‘증언’
11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출간기념회 1940년 보은 3대째 ‘믿는 집안’ 출생
1963년부터 기독교 사회운동가 활약
“‘천류불식’ 휘호따라 샘물처럼 살아와”
“안재웅 목사님, 드디어 큰 결심을 하셨습니다. 유쾌하다고만 할 수 없는 우리의 험난했던 과거를 기억해내고 그 사실을 기록해 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테지요. 회고록을 펴내기까지 많이 고심했을 안 목사님의 수고에 진심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누구보다 앞장서 회고록 출간을 권유하고 출간위원장을 맡은 권호경 목사(라이프오브더칠드런 이사장))의 출간사 첫마디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애초 책을 낼 생각이 전혀 없었던 까닭에 출간까지 무려 5년이나 걸렸단다. “내게는 생생한 삶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별반 관심거리가 못 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그는 책에도 개인사 회고는 간략하게 적었다.
그는 1908년 보은의 첫 교회인 원평교회를 세운 장로인 조부(안기수)와 역시 장로인 부친(안창원)에 이어 2007년 목사 안수를 받아 3대째 예수교 장로회의 정통 계보를 잇고 있다. “나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믿는 집안’의 자식으로 살았다. 자라면서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대세를 따라 무난한 길을 갈 수도 있었으나, 굳이 외롭고 험난한 길을 선택하였다. 믿음 때문이다. 이 믿음은 참과 거짓, 그리고 빛과 어둠 중 한쪽을 선택해야 했다. 나의 선택은 가족과 주변 분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기에 선뜻 나섰고, 나름 줄기차게 질주하였다. 나와 평생 동지로 동고동락한 아내 이경애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분들의 성원 덕분이다.”
이처럼 한사코 주저하던 그가 마침내 책을 내기로 마음 먹은 까닭을 그는 이렇게 표현해놓았다. “나의 80여 평생을 회고하자면 마치 개울물에서 헤엄치기, 강물을 따라 조각배 타기, 그리고 바닷물을 만나 큰 배로 항해하기와 같았다고나 할까?…평생 에큐메니컬 운동을 하며 개울에서, 강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 나에게는 모두가 귀한 분들이다. 그동안의 우정과 협력, 질책과 격려는 나의 삶에 큰 힘이 되었다. 나는 가족과 친지, 스승과 선배로부터 삶의 지혜를 체득하였다. 책이나 강의실에서 얻은 지식, 일을 하면서 얻은 경험, 모임이나 사석에서 나눈 대화, 참여와 봉사를 통해 얻은 보람, 예배와 경건을 통해 이르게 된 기쁨은 내 삶의 자산이 되었다.”
실제로 안 목사는 700여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정리한 책에서 사회운동을 함께해온 수많은 인물들을 소개하는 데 더많은 할애를 해놓았다. 1970년대 내내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간사와 총무로 활동한 그의 행적은 그대로 ‘한국 기독교 학생운동사’로 읽힌다. 유신독재의 사슬에서 풀려난 1980년대부터 그는 활동의 지평을 세계로 넓혀 세계학생기독교연맹(WSCF) 아시아태평양지역 총무와 위원장,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비정부단체 대표 등을 맡아 국제사회에서 고 오재식, 고 강문규, 박상증 선생을 잇는 한국 대표 사회운동가로 활약했다. 이어 1990년 미국 하버드대학 신학교를 졸업하고, 아시아기독교협의회 도시농촌선교국 총무,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으로 아시아와 한국사회 문제 해결에 앞섰으며, 2006년에는 함께일하는재단 상임이사를 거쳐 ‘사회적기업 1호’인 다솜이재단을 꾸려 이사장을 지냈다.
이처럼 평생토록 끊임없이, 한결같이 활동해오기까지 가장 뜻깊은 인연으로 그는 해위 윤보선 전 대통령님과 공덕귀 여사를 꼽았다. “1970년대 기독학생회 총무시절 안국동 자택으로 자주 불러 국수를 끓여주시곤 했는데, 어느날 해위께서 휘호를 써서 건네주셨어요. ‘천류불식’, 원문의 ‘천류’(川流)가 아닌 ‘천류’(泉流), 곧 맑은 샘물이 솟아나 콸콸 흐른다는 뜻이었죠.”
어쩌면 그의 삶의 예견한 것이지, 아니면 그가 휘호의 뜻을 따라 살아왔는지 분명하게 가릴 수는 없지만, 그의 시선은 앞으로도 물처럼 더 넓은 곳을 향해 흐를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첫 북한 방북 이래 한반도 평화통일 에큐메니컬운동을 통해 통일운동에도 관심을 기울여온 그가 책의 말미에 논문 ‘평화운동으로서의 에큐메니즘: 신계(新界) 안재웅의 아시아 에큐메니즘과 평화공동체 구상’(신학박사 한강희 낙산교회 담임목사)을 실어놓은 까닭이다.
한편, 출판기념회 1부 기도회는 송인동 한국와이엠시에이전국연맹 이사장의 사회로 한미라 호서대 명예교수의 기도, 서진한 대한기독교서회 사장의 설교로 진행되며, 2부에는 김영주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상임이사의 사회로 권호경 회고록 출판위원장의 인사말, 신대균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선배회 회장의 약력 소개, 김흥수 목원대 명예교수의 헌사, 장상 세계교회협의회 회장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장영달 민청학련동지회 상임대표·남부원 아시아태평양와이엠시에이연맹 사무총장의 축사, 도임방주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총무의 책 증정, 안재웅 목사의 감사말에 이어 신경하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의 축도로 이어진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인 안재웅 목사가 지난 9일 갓 나온 회고록 <역사가 내미는 손잡고>를 소개하며 언제나처럼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 김경애 기자
5년 걸쳐 700여쪽 한국현대사 ‘증언’
11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출간기념회 1940년 보은 3대째 ‘믿는 집안’ 출생
1963년부터 기독교 사회운동가 활약
“‘천류불식’ 휘호따라 샘물처럼 살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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