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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한국전의 예수’ 전사한 종군신부 에밀 카폰 ‘태극무공훈장’ 받는다

등록 2021-07-26 19:09수정 2021-07-28 17:01

미국 캔자스주 출신으로 1950년 참전
이듬해 중공군 포로잡혀 25살로 병사
고 정진석 추기경 번역책 통해 소개
지난 3월 70년만에 ‘유해 확인’ 화제
한국전쟁 때 군종신부로 참전한 에밀 카폰(오른쪽) 신부가 전장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다.  사진 천주교서울대교구 제공
한국전쟁 때 군종신부로 참전한 에밀 카폰(오른쪽) 신부가 전장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다. 사진 천주교서울대교구 제공
한국전쟁 때 미국 군종 신부로 참전했다가 병사한 에밀 카폰 신부가 대한민국 최고 등급의 무공훈장을 받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유엔군 참전의 날’인 27일 에밀 카폰 신부의 조카인 레이먼드 카폰이 청와대에서 열리는 포상 수여식에서 태극무공훈장을 대리 수상한다고 26일 전했다.

수여식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한 교황대사 대리인 페르난도 레이스 몬시뇰,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도 참석한다.

지난 4월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이 1956년 번역한 책 <종군신부 카폰>으로 널리 알려진 카폰 신부는 전장에서 마지막까지 부상병을 돌보다 포로가 됐고, 1951년 포로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은 캔자스주 출신의 군종 신부 카폰의 유해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하와이주의 존 휘틀리 육군장관 대행은 성명에서 카폰 신부가 숨진 지 70년 만에 그의 유해를 확인했다면서 “카폰 신부의 영웅적인 행동과 불굴의 정신은 용기와 사심 없는 봉사라는 우리 군의 가치를 나타내는 본보기”라고 밝혔다.

캔자스주 필슨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1940년 사제 서품을 받은 카폰 신부는 1950년 7월 군종 신부로 한국전에 파견됐다. 그의 소속 부대인 미 제1기병사단 제8기병연대 제3대대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으로 진격했지만, 같은 해 11월 한국전에 참전한 ‘중공군’의 포위 공격을 받았다. 곧 부대에는 철수 명령이 떨어졌지만, 카폰 신부는 중공군 포위를 뚫고 탈출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전선에 남았다. 그는 통나무와 지푸라기로 참호를 만들어 부상병을 대피시켰고 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봤다. 자신보다 동료 병사들을 돌보는 데 헌신했던 그는 이질과 폐렴에 걸려 1951년 5월 23일 3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전장에서 꽃핀 카폰 신부의 박애 정신은 살아남은 병사들의 증언을 통해 알려졌고, 1954년 그의 생애를 담은 <종군 신부 카폰 이야기>라는 책이 발간됐다.

한국에는 1956년 신학생이었던 고 정 추기경이 <종군신부 카폰>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판을 내면서 소개됐다. 이후 그는 ‘한국전의 예수', ‘6·25 전쟁의 성인'로 불리웠다. 고 정 추기경은 ‘지난 3월 미국 하와이주 국립태평양 묘지에 안장된 신원 미상의 참전용사 유해 중에서 카폰 신부의 유골을 확인됐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출간된 개정판의 서문에 추가할 구술을 남기기도 했다.

카폰 신부는 전쟁터에서 인류애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미국 정부로부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교황청 시성성(순교·증거자의 시복·시성 담당)은 1993년 카폰 신부를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했고, 카폰 신부 출신 교구가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

염 추기경은 “카폰 신부님이 태극무공훈장을 받게 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고 감사하다”며 “이 땅에서 전쟁 중 목숨을 바친 분들, 우리나라를 위해참전한 유엔군 청년들의 고귀한 죽음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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