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원 목사가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교회를 떠나 광야로 가라. 그리고 교회로 귀향하자.”
3년 전부터 ‘책읽는교회’를 이끄는 강치원 목사는 최근 ‘강치원의 광야 소리’라는 시리즈 제목으로 모두 3권의 책(<담대하게 죄를 지어라>, <저항과 복종-사이의 존재가 가야 할 길> <교회세습 법정에 서다>)을 냈다. 오늘날 한국 교회를 교인들이 목회자들이 비추어주는 그림자만 바라보는 ‘동굴 감옥’에 견주고 ‘앎을 추구하는 생각하는 신앙’으로 기독교 정신을 되찾자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위해 성서 연구로 중세 교회와 맞선 독일 신학자 마르틴 루터(1483~1546)의 삶과 사상을 살폈고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한 교회 세습을 둘러싼 중세 교회의 논의도 짚었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강 목사를 만났다.
그는 6년 동안 사역한 경기 양평의 모새골 교회 담임목사를 내려놓은 2018년에 책읽는교회를 시작했다. 약 14명의 ‘형제자매들’이 일주일에 한 차례 만나 두 시간씩 성경을 공부한단다. 교단에 등록하지도 않았고 따로 예배당도 없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강 목사가 강의하는 장로회신학대학에서 만났으나 지금은 온라인 줌 사이트에서 본다. “제가 먼저 40분 이야기하고 토론은 40~50분 정도 합니다. 저는 성경을 읽으며 그리스·로마 신화나 문학, 미술, 건축 등에 나타난 기독교 모습도 이야기하죠. 토론은 노자나 장자, 서양철학을 넘나들어요. 토론의 깊이가 대단해 저는 그냥 듣기만 하는 경우도 있죠. 함께했던 몇 분은 성경에 기록된 모든 것을 다 하나님 말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 실망해 떠나기도 했죠.”
강치원 목사가 최근 한꺼번에 펴낸 책 세 권.
1999년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교회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5년 목사 안수를 받고 10년 가까이 목회자로 살았다. 장로회신학대 강단에서 20년 이상 교회사와 라틴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지난 3년의 활동을 ‘운동’이라고 표현했다. “저는 한국 교회가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성경 읽기에만 매달려서라고 봅니다. 사실 중세부터 기독교 교회는 하나님 계시를 알려면 3가지 책을 봐야 한다고 했어요. 자연이라는 책과 성경 등 기록된 책 그리고 양심이죠. 16~17세기 독일 신학자 요한 아른트가 대표적으로 그런 주장을 했어요. 자연에는 역사와 사회가 다 들어가고 양심은 인간의 내면을 보는 성찰이죠. 지금 교인들은 성경은 아는데 역사와 사회는 모르고 자기 삶의 자리도 몰라요. 자신의 외면과 내면이 일치하는 인격적 성숙에 이르지 못한 거죠. 이는 전 세계 기독교의 문제이기도 해요. 책읽는교회는 이 3가지 책을 다 보자는 운동이죠.”
그는 지금 한국 교회의 자리는 광야라면서 “교회 밖에서 원시의 소리를 듣고 교회로의 귀향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지탄을 받는 한국 대형 교회들을 보세요. 예루살렘 성전이나 로마 교황청처럼 교회를 호화롭게 짓고, 거기 교인들도 스스로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받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예수님이 지금 이 땅에 온다 해도 교회 밖으로 내몰릴 겁니다. 서울 성곽 밖으로 내몰려 골고다에서 죽을 겁니다.”
목회자 활동 10여년 뒤 ‘교회 밖으로’
2018년부터 ‘책읽는교회’ 성경 공부
형제자매 14명 매주 1회 온라인으로
‘광야 소리’ 시리즈 책 3권 잇따라 출간
목사 우상화·교회세습 문제 등 비판
“중세교회 맞서 싸운 루터정신 절실”
그는 목회자로 살며 “모든 교인은 자기 목사를 우상화하려는 경향이 있고 모든 목사는 교인으로부터 하나님처럼 떠받들어지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음을 깨달았단다. “예전부터 목사들은 신자들이 사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자기가 제시하는 정답틀 안에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가 성서 연구와 이성에 기초해 교회 개혁을 이끈 루터를 내세워 ‘생각하는 신앙’을 강조하는 까닭이다. 한국 교회는 루터에게 저항과 복종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루터는 중세 교회 시스템에 대담하게 맞서 의문을 제기하고 그 문제점을 연구했어요. 기존 교회 세력의 힘에 눌려 침묵하지 않고 파문을 당하면서도 목소리를 냈죠. 이런 저항의 용기가 지금 한국 기독교에 필요해요. 루터가 성경으로 돌아간 것은 바로 하나님 말씀에 복종하려고죠.”
강치원 목사는 지금 한국 교회는 천동설적 사고에 갇혀 있다며 인공지능(AI)의 등장이 이런 사고를 더 강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지구가 중심이라는 천동설처럼 한국 교회는 내 종교가 중심이라는 생각에 갇혔어요. 저는 한국 기독교가 ‘우리도 변하고 너희들도 변한다’는 지동설적 사고를 하면 좋겠어요. ‘우리와 너희들의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죠. 신과 인간의 자리도 그렇고요.” 말을 이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설교를 삼킬 겁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옳고 바른 게 아니라 편리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잖아요. 대형 교회가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그 결과 소형 교회는 더 몰락하고 사람들은 종교가 답을 못 주니 과학 쪽으로 더 가겠죠.”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그와 같은 예장 통합 교단인 명성교회가 부자 세습을 시도할 때 1인 시위와 성명 등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강 목사는 이번 책에서 ‘초대교회부터 13세기까지 교회법 판례 분석’을 통해 중세 교회의 세습 논의도 살폈다.
“교회법 판례를 보면 교회 세습 문제는 초기 교회부터 중세까지 끊이지 않았어요. 중세에도 사유지에 지은 ‘자기 교회’가 있었어요. 또 그 시절 가톨릭 사제는 종신직이라 세습 여건이 지금보다 좋았어요. 하지만 당시 자료를 보면 지금 우리 교단의 총회와 노회 격인 공교회 조직은 교회 세습은 절대 안 된다고 막으려고 했죠.” 13세기 초 재임한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 법령집에 나오는 ‘징검다리 세습’ 규정도 이런 노력의 산물이라고 했다. “한 교회의 아버지 사제가 죽은 뒤 일단 다른 사람이 후임으로 오고 그다음에야 아들이 올 수 있다는 게 징검다리 세습이죠. 하지만 중간의 후임자도 종신직이라 세습이 쉽지 않았어요.” 그는 이번에 책을 쓰면서 세계적으로도 교회 세습을 다룬 논문이 많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었단다. “의외로 논문이 거의 없더군요. 교회 세습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그럴 겁니다. 미국만 해도 세습을 한 교회는 한 두 곳에 불과하죠.”
교회 세습은 기독교와 어떻게 충돌할까? “교회가 처음 생길 때는 재산을 신자들이 공동 관리했어요. 어떤 지역에 교회 다섯 곳이 생기면 다섯 목사가 공동으로 전체 재산을 관리했죠. 그러다 이 다섯 교회 대표로 주교를 뽑아 그가 다섯 목사와 협력해 재산을 관리했죠. 이 가운데 한 교회가 세습으로 빠져나가면 사유화의 문제가 발생해요. 이는 교회가 공교회인가 사교회인가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대기업이 가족기업인가 공기업인가, 다투는 것과 비슷하죠. 우리도 세습 교회는 교단을 나가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잃는 게 많아, 세습은 하면서 교단을 나가지 않으려고 하죠.”
그는 “명성 교회 세습을 교단 총회와 노회가 막지 못해 이제 다른 교회가 그렇게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며 “특히 신학자들이 이 사안을 두고 루터가 신학교 안에서 중세 교회와 싸운 용기를 보여주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세습이나 동성애 논란으로 한국 교회의 위상이 무너졌잖아요. 그렇다면 신학자들이 학술대회를 열어 토론하고 그 결과에 기초해 행동해야 하는데 그런 학술적 몸부림이 부족했어요.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리는 정도였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