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창립 100돌 기념 ‘엠블럼’.
왼쪽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와 ‘100주년 기념사업 특별위’ 김학중 위원장. NCCK 제공
진보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NCCK)가 오는 2024년 창립 100돌을 앞두고 개신교계 내 보수와 진보 세력이 만나 화합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교회협 총무 이홍정 목사와 ‘100주년 기념사업 특별위원회’ 김학중 위원장은 1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래를 위해 함께 가고자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교회 내 진보와 보수는 한국사회 이데올로기 갈등의 상징이었다. 일부 극우개신교는 태극기 부대를 비롯한 반정부·반공의 최전선에 서 있고, 대부분의 보수개신교도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반대하면서 한국의 보수성을 견인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 꿈의교회 담임목사이자 <기독교방송>(CBS) 이사장이기도 김 위원장은 “(형식은) 아카데미나 토론회, 간담회 등 교회협이 주관하는 행사에 보수 인사를 초대할 생각”이라며 “저는 현장 목회자이다 보니 (진보와 보수) 양쪽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고 본다”고 보혁 간 대화의 장 개최에 자신감을 보였다.
교회협은 1924년 설립된 한국교회 최초 연합기구로, 교단이나 교파를 넘어 교회의 일치를 추구하는 에큐메니컬 운동을 벌여왔다. 지난 독재·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종로5가’로 상징되는 반독재·민주화·인권운동을 이끌었다.
100주년 기념사업 특별위는 교회협 창립 100돌인 2024년까지 다채로운 기념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우선 전문가 집단과 대중성·상징성을 겸비한 교계 인사가 참여하는 ‘기념사업 추진 플랫폼’을 구성해 개별 사업과 연계해 운영하며,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 간 만남도 플랫폼을 주축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의미가 남다른 현장 100곳과 인물 100명을 각각 선정해 홍보하고, 기념 표식을 세우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역사순례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 관광사업과 연계할 계획이다. 100주년 기념사업 특별위는 2024년 이후 매년 하루를 ‘한국교회의 날’로 정해 선교과제를 발굴·선언하고, 교회의 사회적 공공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아울러 다양한 전통을 가진 교회들이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신앙의 공통분모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공동예식서’를 개발해 내놓을 예정이다.
이밖에 에큐메니컬 운동을 쉽게 풀어 설명한 소책자 제작, 한국 기독교 사회운동사 다큐멘터리 제작, 한국 기독교 사회운동사와 관련 자료집 출간,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고백 백서 발간, 학술 심포지엄 등도 준비한다. 특별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창립 100돌 기념 ‘엠블럼’도 공개했다.
이 총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말씀과 삶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신앙공동체였고, 한국사회에서 환경·빈민·인권 등 시민사회운동을 확산시키는 시초였다”면서 “100주년 기념사업들을 통해 세대·성별·빈부 차이 없이 동행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새로운 미래가치를 실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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