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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여성신학 선언으로 신학적 지평 넓혀준 우리 시대 어머니”

등록 2020-10-27 18:52수정 2022-03-17 12:08

[가신이의 발자취] 박순경 교수님을 기리며
지난 25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고 원초 박순경 선생 통일사회장’ 추모의 밤에서 제자이자 동거인 김애영 목사가 유족 대표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 통일뉴스 제공
지난 25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고 원초 박순경 선생 통일사회장’ 추모의 밤에서 제자이자 동거인 김애영 목사가 유족 대표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 통일뉴스 제공

1988년 박순경 교수님의 정년 퇴임 강연 글을 읽고 저는 여성신학에 대해 성서적 선언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오늘날까지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장 21절)

‘신음과 진통’은 바로 새 생명 출산을 위한 어머니들의 산고로 여성신학의 근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뒤 저는 성서를 읽고 묵상하며 늘 새로운 시각에서 세상과 역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제 신학적 사고의 지평을 넓혀 주셨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청년학생들의 사회적 투신을 지켜보시면서 우리 민족의 화합과 공존, 통일을 위해 우리의 삶에 기초한 자주신학·민족신학·통일신학을 펼치시면서 역사 현장에 뛰어드셨습니다. 교수님은 이론적 투사, 신학적 혁명가이십니다.

교수님은 철저한 신앙인, 고민하는 신학자 그리고 갈라진 그리스도교·개신교·가톨릭이 하나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시며 실천하셨던 교회일치 운동의 선구자셨습니다. 더구나 개신교인들에게 가장 민감하고 거북한 주제인 성모 마리아 공경과 ‘천주의 모친’(Mother of God·하느님의 어머니)이라는 호칭도 과감하게 주창하셨던 보편적이며 진취적인 신학자이셨습니다.

특히 투병중에 자신을 극진히 돌본 제자 김애영 목사를 향해 “어머니!” 라고 부르시어, 이에 화들짝 놀란 제자가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하고 말씀드리니, 교수님께서는 “아니야, 미약한 나를 이렇게 돌보니 네가 바로 어머니야!”라고 재차 강조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전해 듣고 새롭게 ‘어머니’에 대해 그리고 ‘성모 마리아’에 대해 깊이 묵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마르코 3장 35절)라는 복음 말씀을 되새깁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한 제자를 “어머니”라고 부르셨으니, 교수님은 또한 참으로 우리 시대 모두의 훌륭한 어머님이십니다.

옥에 갇혀 있는 이석기 의원을 생각하면서 늘 가슴 아파하시며 우셨던 교수님, 교수님은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서 고통받으시며 애통해하셨던 성모 마리아의 화신입니다.

이 시간 저희 모두 교수님과 함께 신음하고 진통을 겪으며 새 생명 출생과 ‘새 하늘 새 땅’을 확신합니다. 교수님, 이제 하느님 품 속에서 하느님 나라에서 우리 민족과 겨레, 후손들을 돌봐 주시며 하느님께 전구해 주소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교수님의 영생을 확신하며 민족의 평화공존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멘.

함세웅 신부/통일사회장 공동장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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