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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안중근·독도 등 독보적 근현대사 연구가 최서면 선생 별세

등록 2020-05-26 15:26수정 2020-05-28 14:37

원주 태생…최규하 전 대통령 사촌
‘장덕수 암살사건’ 무기수에서 석방
장면 부총리 돕다 1957년 일본 망명

외교사료관 등에서 한국 사료 발굴
1969년 ‘안중근 옥중 수기’ 첫 공개
국제한국연구원 열어 한·일 막후실세

김황식·이낙연 전 총리 장례위원장
2011년 5월 <한겨레>에 ‘안중근을 찾아서’ 구술 연재를 위해 서울 세종로 자택 서재에서 사료를 소개하고 있는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사진 김명진 기자
2011년 5월 <한겨레>에 ‘안중근을 찾아서’ 구술 연재를 위해 서울 세종로 자택 서재에서 사료를 소개하고 있는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사진 김명진 기자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근현대 한국사 연구가인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이 26일 오전 11시3분 경기 용인의 한 호스피스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

본명은 최중하인 고인은 강릉 최씨 집성촌인 강원도 횡성 압곡리가 본향이나 태어난 곳은 원주다. 1926년(호적 1928년) 4월 태어난 지 한달 이레 만에 부친을 여의고 어머니(남양 홍씨) 슬하에서 2남2녀의 막내로 자랐다. 9살 연상의 사촌형인 고 최규하 대통령의 집에서 살며 원주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45년 연희전문학교 학생으로 해방을 맞아 김구 선생의 노선에 따라 대한학생연맹 위원장으로 신탁통치반대운동에 참여했다. 1947년 ‘장덕수 암살사건’에 연루되어 무기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이시영 선생의 도움으로 미군정에 재심을 청구한 끝에 49년 10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그때부터 이시영 선생이 새로 지어준 이름 ‘최서면’으로 활동했다.

옥중에서 가톨릭(세례명 아우구스틴)에 귀의한 그는 <대동신문> 기자로 일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피난 간 부산에서 ‘성 방지거의 집’을 열어 고아 100여명을 돌봤다. 그 인연으로 노기남 당시 서울대교구장이자 첫 한국인 대주교의 부름을 받아 천주교 총무원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 출신이자 이승만 대통령의 ‘정적’인 장면 부통령을 돕다 체포 위기에 직면하자 1957년 일본으로 망명했다. 애초 계획한 로마행을 기다리는 동안 일본 외교사료관과 의회 도서관 등을 다니며 공부하다 일제의 한국 식민지배 관련 문서들을 발굴해내면서 사료 연구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초기엔 주로 ‘김옥균’과 천주교 관련 기록을 찾아 연구했고 1960년 일본 아세아대학 교수가 됐다.

그러다 그는 1969년 안 의사의 육필 옥중수기인 <안응칠 력사> 필사본을 최초로 입수해 공개했다. 그때부터 도쿄한국연구원을 열어 본격적으로 한국 근현대사 연구에 나섰다. 특히 고인은 지난 2011년 5월 <한겨레> 창간 23돌 기념 특별기획으로 ‘최서면의 안중근을 찾아서’를 구술 연재했다. 안 의사 순국 100주기였던 2010년 10월부터 10여차례의 구술을 통해 그는 안 의사의 옥중 수기를 입수하게 된 비화를 비롯해 안중근의 평화사상과 비전, 일본인들의 안 의사에 대한 이중적인 정서, 안 의사의 마지막 순간과 유해 비밀매장 과정까지 40년에 걸쳐 조사·연구해온 사실들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그는 1978년 임진왜란 때 함경도 의병대장 정문부의 승리가 기록된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의 실물을 야스쿠니 신사에서 처음 확인해 반환하도록 도왔다.

고인은 1988년 귀국해 최근까지 국제한국연구원을 운영하며 한-일 외교가의 막후실세로 활약해왔다. 일본 외무성 외교사료관에 소장된 사료 5만 책을 일일이 뒤져 찾아낸 자료들을 모아 2004년 <일본 외무성 외교사료관 소장 한국관계사료목록 1875∼1945>(국사편찬위원회)를 펴냈다.

그는 동아시아 고지도 수집과 연구에도 매진해 독도 영유권을 입증하는 데도 기여했다. 2010년 독도 영유권 수호 유공자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말년까지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로 안 의사 유해찾기운동을 펼쳤고, 한국몽골친선협회 회장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혜정(전 경희대 혜정박물관장)씨와 바오로·앤디(미국 거주) 등 두 아들이 있다.

최서면박사장례위원회(공동위원장 김황식·이낙연)와 집행위원회(손주옥·여세현·오영옥·이정우)에서 가족 사회장으로 진행한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28일 오전 8시 예정이다. (02)2258-5940.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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