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추> 제작자인 호현찬 전 영화진흥공사 사장이 17일 오후 5시 별세했다. 향년 94.
1926년 대전에서 태어난 고인은 홍익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신문>을 거쳐 <동아일보> 문화부에서 영화 담당 기자로 일하다 영화 제작자로 변신했다. 1962년 한국문화프로모션을 창립해 약 50여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으며 1965년 김수용 감독의 <날개부인>과 <갯마을>에 이어, 66년 이만희 감독의 <만추>와 67년 김수용 감독의 <사격장의 아이들> 등을 기획·제작했다. 1990년 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을, 1996년에는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지냈다. 2000년에는 한국 영화 역사를 조명한 <한국영화 100년>을 출간했다.
1966년 제작된 영화 <만추>(신성일·문정희 주연)의 포스터.
이후 말년까지 경기도 일산에서 칩거한 고인은 2016년 한 인터넷매체와 인터뷰에서 “<만추>의 원본 필름을 챙겨두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라며 신상옥감독과 배우 최은희씨가 북한 체류 시절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장의 영화 필름 수장고에서 ‘만추’를 본 적이 있다는 증언을 근거로, 훗날 북한과 교류를 통해 복사본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유언’처럼 말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소웅씨, 딸 소영·소희·소향씨, 사위 윤승구·최용철·김재홍씨, 며느리 정진악(화가)씨 등이 있다. 빈소는 고양 일산병원장례식장, 발인 19일 오전 10시30분이다. (031)900-0444.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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