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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궂긴소식

할리우드 황금기 큰별 ‘커크 더글러스’ 지다

등록 2020-02-06 22:29수정 2020-02-07 02:34

유대계 ‘넝마주의 아들’ 출신…향년 103
1946년대 데뷔한 뒤 70년간 90여편 출연
헬기 사고·언어장애도 극복 ‘자서전’ 남겨
지난 5일(현지시각) 별세한 커크 더글러스는 20세기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명배우였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각) 별세한 커크 더글러스는 20세기 할리우드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명배우였다. 사진 연합뉴스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끌고 백수를 누린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미국 로스엔젤레스 비버리힐즈의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향년 103.

고인의 맏아들로 캐서린 제타 존스와 함께 할리우드 스타 부부인 마이클 더글러스(76)는 이날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부친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더글러스는 1916년 미국 뉴욕에서 가난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988년 자서전의 제목처럼 <넝마주의의 아들>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자수성가한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이다. 드라마 예술아카데미에 진학해 배우의 꿈을 키운 그는 1946년 <마사 아이버스의 위험한 사랑>으로 데뷔했다. 1949년 영화 <챔피언>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열정의 랩소디> <해저 2만리> <오케이(OK) 목장의 결투> <스파르타쿠스>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커크 더글러스는 1960년 직접 제작한 영화 &lt;스파르타쿠스&gt;(감독 스탠리 큐브릭)에서 주연으로 열연했다. 사진 연합뉴스
커크 더글러스는 1960년 직접 제작한 영화 <스파르타쿠스>(감독 스탠리 큐브릭)에서 주연으로 열연했다. 사진 연합뉴스

약 70년간 활동하며 9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더글러스는 화가 반 고흐 역을 맡아 안소니 퀸(폴 고갱 역)과 열연한 영화 <열정의 랩소디>(1956)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는 세차례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을뿐 수상은 못했고, 1996년 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1955년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독립 프로덕션 ‘브라이나 컴퍼니'을 세우고, 1960년 자신이 주연·제작·총지휘를 맡아 제작비 1200만 달러의 대작 <스파르타쿠스>(스파타커스)를 만들었다. 이때 그는 이른바 메카시 광풍으로 ‘공산주의자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돌턴 트럼보를 <스파르타쿠스>의 작가로 고용함으로써, 다른 블랙리스트 영화인들도 복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1년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서한에서 그는 트럼보를 지원한 일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선택 중 하나”라고 밝혔다.

고인은 부인과 함께 ‘앤 앤드 커크 더글러스 재단'을 만들어 세계 분쟁 지역에 학교와 공원을 세우는 등 자선활동도 활발히 했다. 2000년에는 그의 자선금을 받은 캘리포니아주의 한 학교가 이름을 ‘커크 더글러스 고교’로 바꾸기도 했다.

그는 1991년 헬기 사고로 척추수술을 받았고, 그뒤 1995년에는 뇌졸중에 걸려 언어장애까지 겪었다. 이때 자살 위기까지 겪었으나 가족들의 도움으로 재활에 성공한 그는 <시련은 곧 희망입니다>(My Stroke of Luck·2002년)를 펴내기도 했다.

커크 더글러스가 2018년 101살 때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아들 마이클의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 입성 행사 때 역시 배우인 손자 캐머런, 며느리 캐서린 제타 존스와 함께 했다. 사진 연합뉴스
커크 더글러스가 2018년 101살 때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아들 마이클의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 입성 행사 때 역시 배우인 손자 캐머런, 며느리 캐서린 제타 존스와 함께 했다. 사진 연합뉴스

그는 1943년 첫 결혼에서 두 아들, 이혼한 뒤 54년 프로듀서 앤 바이든스와 재혼해 두 아들 등 모두 4명의 자식을 뒀다. 2003년엔 첫 부인과 사이에 얻은 맏아들 마이클, 맏손자 캐머런 더글러스와 3대가 함께 영화 <더글러스 패밀리>(It Runs in The Family)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에서 85살인 커크는 뇌졸중을 앓는 기업 변호사로, 첫 부인이자 마이클의 어머니인 다이애나가 부인으로 등장했고, 마이클은 완고하고 냉담한 아버지와 화해하려고 노력하는 아들로, 캐머론은 뉴욕 클럽의 유명 디스크 자키이자 마약에 빠진 대학생으로 실제와 가까운 이야기를 코미디로 그렸다.

커크 더글러스는 1954년 재혼한 부인 앤 바이든스(왼쪽)와 66년간 해로했다. 사진 womansworld.com 갈무리
커크 더글러스는 1954년 재혼한 부인 앤 바이든스(왼쪽)와 66년간 해로했다. 사진 womansworld.com 갈무리

2016년 100살 생일 때 더글러스는 “운 좋게도 63년 전 내 영혼의 단짝을 찾았다. 우리의 멋진 결혼생활과 밤마다 나누는 ‘황금시간' 대화가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왔다”라며 해로가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아버지는) 영화의 황금기를 거치고 인생의 황금기까지 보낸 배우이자, 정의와 자신이 믿었던 대의에 헌신해 모두가 우러러볼 기준을 세운 박애주의자”라며 “커크는 좋은 인생을 살았고 영화계에 수많은 후세대들이 이어갈 유산을 남겼으며 지구평화를 이룩하고 대중을 지원하려고 노력한 자선가로서의 역사도 남겼다”고 애도했다.

김경애 기자, 연합뉴스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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