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사랑받은 쌍둥이 여성듀오 바니걸스의 언니 고정숙(왼쪽)씨가 31일 오전 3시30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2.
고정숙·재숙(오른쪽) 쌍둥이 자매로 구성된 바니걸스는 ‘독일병정’ 별명을 얻을만큼 카리스마가 강했던 어머니의 권유로 1971년 신중현 사단에 합류해 '하필이면 그 사람'으로 데뷔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국악예고를 나란히 나온 자매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컸던 눈과 미국의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마스코트인 토끼에서 착안한 ‘바니걸즈’로 등장해, 귀엽고 섹시발랄한 이미지로 70~80년대 맹활약했다. 가야금에 창도 소화하는 폭넓은 가창력과 원색 타이즈·미니스커트 등 톡톡 튀는 패션감각까지 갖춰 인기 스타로 사랑받았다.
70년대 중반 유신시절 한때 외래어 사용 금지에 따라 우리말 이름 '토끼자매'로 활동하기도 했다.
70년대말 바카라의 노래를 번안한 곡 ‘쏘리 아이 엠 어 레이디’(빨간장미)를 비롯해, '검은장미', '개구리 노총각', '옛날 이야기', '그냥 갈수 없잖아' ‘워털루’ 등이 대표곡이다.
일란성으로, 어머니조차 구별이 어려울 때가 많아 갖가지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동생이 키가 1cm정도 컸고 콧등에 점이 있었으며, 무대에서 항상 언니가 왼쪽, 동생이 오른쪽에 서서 구별했다.
80년대 후반 결혼으로 조용히 은퇴했던 이들은 89년 컴백했었고, 언니는 2005년 49살에 솔로 '바니'로 앨범 <천적>을 내고 단독 활동을 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31일 “고인이 올들어 암 투병을 해왔으며, 동생 재숙씨가 특히 힘들어 하고 있다”고 언론에 전했다.
유족으로는 딸 우사라씨, 동생 재숙씨가 있다.
빈소는 강남세브란스병원. 발인 2일 오전 7시다. (02)2019-4000.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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