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도록 전재산을 동국대에 기부한 할머니 이명기씨가 손수 지은 수의를 입고 떠났다. 향년 93.
동국대는 이씨가 지난달 25일 경기도 성남의 한 요양원에서 생을 마쳤다고 7일 전했다. 대학 쪽에서 고액기부자에 대한 예우로 사후 장례 절차를 모두 지원하고 있으나, 이씨는 “학교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손수 수의와 영정사진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시절부터 실크를 만드는 방직공장에 다녔던 이씨는 정작 스스로는 좋은 옷 한벌 입은 적이 없었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매일 아침 절에 갈 때도 1시간20여분 거리를 걸어 다니며 버스비를 아꼈고, 철저히 소식하는 등 청빈을 실천했다.
이씨는 그렇게 아껴서 마련한 시가 2억5천만원 상당의 33평짜리 아파트를 2002년 동국대에 기부했다. “죽기 전에 불교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고픈 꿈을 이뤄 기쁘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던 그는 “현금이 있으면 좋겠지만 가진 게 이것밖에 없어 부끄럽다”고 미안해하기도 했다.
그 뒤에도 이씨는 10년 넘게 쌈짓돈이 모일 때마다 동국대에 기부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이날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무소유를 실천하시며 돈이 조금씩 모일 때마다 학생들을 위해 모두 내놓으셨던 분”이라며 “가시는 순간까지도 흐트러짐 없이 이런 정신을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2002년 기부 때 대외협력처장을 맡아 고인과 인연을 맺은 한태식 동국대 총장은 이날 빈소를 찾아 “이 할머니의 기부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것”이라며 “동국대는 할머니의 고귀한 뜻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애도했다.
김경애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