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혁 문화다움 이사장
강준혁 전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 별세
김덕수 사물·공옥진 병신춤 등
우리 전통 공연문화 발굴 앞장
98년엔 세계적 기획자로 데뷔
김덕수 사물·공옥진 병신춤 등
우리 전통 공연문화 발굴 앞장
98년엔 세계적 기획자로 데뷔
‘국내 문화기획자 1호’로 공연과 축제 문화를 개척해온 강준혁(사진) 문화다움 이사장이 17일 새벽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5.
1947년 대전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미학과 재학 중 ‘여름음악캠프’를 시작으로, 76년 세실극장 개관 작업에 참여한 데 이어 77년 건축가 김수근의 권유로 소극장 공간사랑 극장장을 맡은 이래 공연기획자의 길을 개척했다.
공간사랑 시절 10년 동안 그는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비롯해 공옥진 병신춤, 김숙자 살풀이춤, 이매방 승무 등 우리 전통 공연문화를 발굴해내 새로운 조명을 받게 했다. 79년 ‘무속굿제’를 처음으로 열어 동해안 오귀굿(오구굿), 서울 진오귀굿(지노귀굿), 진도 씻김굿 등 미신으로 천대받아온 무속을 문화로 부활시켰고 굿쟁이들은 인간문화재로 인정받게 되기도 했다.
오늘날 대표적인 국제 축제로 자리잡은 춘천인형극제도 그가 84년부터 공간사랑의 자투리 시간을 인형극에 내주면서 싹이 텄다. 그 덕분에 인형극단이 늘어나면서 샘터파랑새극장과 바탕골극장 등 인형극 전문 극장도 생겼다. 그는 유신독재 시절 ‘빨갱이’로 금기시된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몰래 상영한 것을 비롯해 재즈 연주, 시 낭송회, 현대무용 발표회 등 그때까지 공간을 얻지 못한 예술에 공간의 문을 개방함으로써 오늘날 다양한 문화 장르의 발전에 선구자로 남았다.
일찍이 은행원이자 음악 애호가였던 선친(강갑문)의 영향으로 6남대 모두 음악을 좋아했고, 그 역시 서울중 때부터 클라리넷을 배워 63년 경희대 음악콩쿠르의 관악부 수석과 65년 서울대·연세대 콩쿠르 우승을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그와 같은 시기 음대에 재입학한 강준일과 절친했던 김지하 시인의 영향으로 음대 대신 서울대 문리대 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4학년 때 강준일, 지휘자 금난새와 함께 시작한 음악캠프는 수많은 지휘자를 배출하며 음악사의 이정표가 됐고 서울음악학회(SMA)로 발전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88년 공간사랑을 떠난 뒤 그는 연기예술학교 아리아카데미를 세웠고, 이듬해 스튜디오 메타를 세워 독자적인 문화기획가의 길을 걸었다. 9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예술제와 91년 유로아시아예술제의 코디네이터로 참가한 데 이어 98년 프랑스 아비뇽 국제예술제의 한국 주간 예술감독을 맡아 세계적인 문화기획가로 데뷔했다.
97년부터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를 꾸리고 다움아카데미 원장을 맡아 문화기획가 양성에 나선 그는 2000년 추계예술대 예술경영대학원에 이어 2004년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을 개설하고 지난해 정년퇴임 때까지 10년간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다움아카데미 초기 그가 열 가지로 정리해 제시한 ‘문화기획자의 길’은 후학들에게 소중한 지침으로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95년부터 그가 스튜디오 메타에서 매달 열어온 ‘와인파티’는 당대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으로 자리해 지난해 제정된 ‘문화다움기획상 131’의 모태가 됐다.
고인은 김수근문화재단 이사, 월드컵 개막 식전행사 전문위원 등을 지냈고, 최근까지 문화다움 이사와 한국문화의집협회 이사장을 맡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성수(의사)씨, 형 준일(작곡가), 동생 준택(전 춘천인형극장장)씨, 딸 윤진·윤지씨, 조카 주성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이며, 발인은 19일 오전 9시다. (02)2072-2092.
김경애 손준현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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