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DJ’ 이종환씨 별세
70년대 음악다방 쉘부르 열어
국내 포크가수들 등용문 구실
라디오DJ 첫 골든마우스 수상
50년 방송활동 폐암으로 접어
70년대 음악다방 쉘부르 열어
국내 포크가수들 등용문 구실
라디오DJ 첫 골든마우스 수상
50년 방송활동 폐암으로 접어
‘라디오 디제이(DJ)의 대부’이자 ‘영원한 별밤지기’로 불렸던 이종환(사진)씨가 폐암 투병 중 30일 새벽 1시 별세했다. 향년 76.
고인은 2011년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해왔으며,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최근 퇴원해 서울 하계동 자택에 머물다 30일 숨을 거뒀다.
충남 아산이 고향인 고인은 1964년 <문화방송>(MBC) 라디오 피디(PD)로 입사한 뒤, <별이 빛나는 밤에>와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 디제이를 맡아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와 <이종환의 음악살롱> 등을 진행하며 대표적 라디오 디제이로 활약했다. 20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디제이에게 주는 골든마우스상을 최초로 수상했다.
라디오 디제이로서 독보적 위치에 있었으나 몇 차례 입길에도 올랐다. 2002년 <지금은 라디오 시대> 게시판에 자신을 비난한 글을 올린 청취자에게 전화를 걸어 폭언해 물의를 빚었고, 이듬해 아침 프로그램인 <이종환의 음악살롱>에서 ‘음주 방송’을 했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5년 <교통방송>(TBS) 라디오 <이종환의 마이웨이>를 통해 마이크를 다시 잡았으나 지난해 가을부터 건강이 악화하면서 11월에 하차했다. 50년 가까이 이어온 라디오 디제이 인생도 함께 마감했다.
고인은 국내 포크음악의 산파 구실을 하기도 했다. 73년 듀오 쉐그린(이태원·전언수)과 함께 서울 종로2가에 음악다방 쉘부르를 열어 가난한 음악인들이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줬다. 어니언스·하덕규·남궁옥분·이수만 등이 쉘부르를 거쳤다. 재능 있는 신인 가수를 발굴해 음반을 내주는 레코드 제작에도 관여했고, 외국곡의 번안 작업에 나서 작사를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이장희·송창식·윤형주·김세환 등은 ‘이종환 사단’으로도 불린다.
그의 별세 소식에, 함께 라디오 진행을 했던 최유라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어렸을 적 참 무섭고 어려웠던 분이었습니다. 할아버지 냄새 날까 마이크 돌려놓고 방송하시던 분…. 아프실 때도 모습 흉하다며 못 오게 하셨던 분이었어요. 그래도 자주 찾아뵐걸. 후회가 밀려옵니다. 이종환 선생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너무 죄송해요. 편히 쉬세요”라고 애도의 글을 남겼다. 가수 이문세씨도 트위터를 통해 “저의 스승이자 방송 멘토이신 이종환 아저씨가 결국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며칠 전 통화했을 때 병세가 더욱더 악화되셨을 텐데 저에게 웃으시며 이번 공연 꼭 가서 보겠다 하셨던… 쇠잔한 목소리가 지금 또렷한데. 더 큰 목소리로 노래할게요 아저씨~”라고 슬픔을 표현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고, 발인은 6월1일 아침 6시30분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성성례씨와 아들 한열, 딸 효열·정열·효선씨가 있다. (02)2072-2011.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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