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엄 마케바(사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설적 가수 미리엄 마케바(사진)가 숨졌다. 향년 76.
마케바는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에서 열린 한 자선공연에서, 30여분 동안 이어진 마지막 순서를 마친 뒤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전했다. 마피아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논픽션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신변 보호 촉구를 위해 열린 이날 공연은 마케바의 마지막 무대가 됐다.
‘마마 아프리카’로 불리는 마케바는 1959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분리) 철폐 다큐멘터리 영화 <컴백 아프리카>에 출연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어 영국, 미국 등에서 활동했다. 남아공 백인 정부는 그의 여권을 말소해 귀국을 막았고, 63년 유엔에서 아파르트헤이트 관련 증언을 하자 아예 국적을 없애버리고 음악 유통도 금지시켰다. 이후 30여년 동안 마케바는 미국, 프랑스, 벨기에, 기니 등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그래미상을 받고(1965년) ‘파타 파타’(1967년) 같은 히트곡을 터뜨리는 등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가수로 사랑을 받았다.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던 그는, 85년 딸 본디가 숨졌을 땐 관값을 낼 돈이 없어 홀로 장례를 치르기도 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90년대 만델라의 대통령 당선 이후 마침내 귀국한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내 뿌리로부터의 음악을 지켰다. 음악으로 나는 아프리카의 목소리가 되고 이미지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10일 낸 성명에서 “사랑하는 미리엄의 죽음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며 “그의 음악은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애도했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제이컵 주마 총재는 “마케바는 즐거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파르트헤이트로 억압받는 수백만 남아공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전해줬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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