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언제나 태평연월이길 빕니다.” ‘전라도 문인’을 자부해온 시인이자 신석정 시인의 맏사위인 최승범 전 전북대 명예교수가 마지막 시집 <자투리>(2021년 12월)에서 남긴 ‘가상유언장’이다. 최 시인은 13일 오후 6시15분께 전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
전북 남원 삭녕최씨 집성촌에서 태어난 고인은 순창공립농업학교를 거쳐 남원농업학교, 전주 명륜대학(전북대 통합)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52년 전북대 초대 문리과대학장인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1891∼68)에게 배웠고, 1958년 <현대문학>에 소설가 김동리(1913∼95)의 추천으로 시조시 '설경', '소낙비'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1969년 지역 동인지 <전북문학>을 창간해 50년 넘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지령의 동인지로 키워냈다. 1971년부터 전북대 교수로 재직했고 1996년 퇴직 이후 최근까지 고하문예관 관장을 지내며 지역 문단을 이끌었다. <후조의 노래>, <가랑잎으로 눈 가리고>, <행복한 노후>, <짧은 시, 짧은 여운> 등 시집 20여권과 수필집 <반숙인간기>, <여운의 낙서> 등을 펴냈다. 정운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만해대상 문예부문 등을 받았다.
14일 오전 전북문인협회 주관으로 전주뉴타운장례식장에서 전북문인장을 지냈고, 발인은 15일 오전 9시이다.
2020년 아내 신일임씨를 떠나보냈고, 유족으로는 아들 최강섭·가산·영섭씨 등이 있다. (063)278-4444.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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