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이의 발자취] 배우이자 연출가 고 김성옥 선생을 기리며
지난 2021년 3월 목포 원도심의 카페 밀물에서 고 김성옥(왼쪽) 선생과 전성희(오른쪽) 교수가 구술 인터뷰를 하면서 함께한 모습이다. 필자 제공
지난 15일 ‘평전’ 출판 이튿날 ‘부고’
“병상에서 딸이 읽어준 원고 듣고…” 최근 몇년 동안 목포 나들이는 참으로 놀라운 시간이었다. 지난 2019년 목포 출신 극작가 ‘차범석 평전’ 집필을 맡아 관련 인터뷰를 위해 김성옥 선생님과 약속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길은 마치 나를 운명처럼 그의 생, 특히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그의 삶 속으로 이끌었다. 자주 목포에 내려가 선생님을 만나면서, ‘김성옥 연극인생’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2년에 걸친 그와의 긴 인터뷰를 끝내고 지난 가을 평전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다. 2022년 12월 15일, 드디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다음날인 16일 선생님의 부고를 받았다. 병상에서 따님이 읽어주는 원고를 듣고는 서둘러 가버리셨다고 했다. 무슨 운명이었을까? 나는 그를 기록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는 자신의 연극인생을 정리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1935년 목포에서 태어난 김성옥 선생님은 목포중·고교를 나와 1956 년 고려대 사학과에 입학한 뒤 극예술연구회에서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목포시사> 에서 그를 “목포가 낳은 최고의 배우” 라고 부를 만큼 그는 천상 배우였다. 어린 시절 성당에서 연극을 시작했던 선생님이 대학 진학 후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종교에 심취해 있었던 그는 사학도로서 자연스럽게 유럽 중세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신과 인간의 문제에 천착했다. 그리고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연극을 해석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무렵 세계적 조류였던 허무주의와 부조리에 빠져 들었다. 그는 단순히 대사를 암기해 무대에서 재현하는 연기를 한 배우가 아니라 철학적 바탕의 사유를 표현하고자 했던 배우였다. 1969년 ‘고도를 기다리며’ 국내 초연
‘블라디미르’ 역 맡아 전석 매진사례
말년 홀로 1시간10분 시낭송 공연도
1969년 국내 처음 무대에 올린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주역 ‘블라디미르’로 열연한 고 김성옥(오른쪽)과 ‘에스트라공’ 고 함현진(왼쪽·1940~1977) 배우의 포스터. 극단 산울림 제공
필자 전성희 교수가 쓴 평전 ‘배우 김성옥 연구’가 실린 <배우와 연기를 보는 여섯개의 시선>.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제공
연재가신이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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