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종용 대표가 지난 2008년 개장을 앞둔 경남 통영이에스리조트를 직접 소개하던 모습이다. 김경애 기자
‘괴짜 촌장’을 자처하며 자연주의 휴양문화를 개척해온 이종용 이에스(ES)리조트클럽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10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1.
고인은 경북 왜관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애초 고향 낙동강변에서 땅콩 농사를 시작했던 그는 3년 만에 큰홍수로 농사를 접고 서울로 올라가 섬유업체에서 일했다. 1976년 취미로 사진촬영을 다니던 그는 충주호 수몰예정지역 주민들이 떠나면서 버려진 마을뒷산을 사뒀다가 뜻밖의 리조트 사업을 하게 됐다. 평당 30원도 못미치는 헐값이었던 33만 m²(약 10만 평)의 땅은 7년 뒤 5공화국의 ‘충주호권 다목적 개발계획’에 따라 관광특구가 되면서 6000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애초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었던 그는 땅을 파는 대신 휴양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10여년간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휴양지를 답사하고 연구한 그는 1997년 알프스 산악형 휴양지인 제천 이에스리조트를 열었다. 영리 목적보다는 자연 속의 휴식 공동체를 앞세운 그는 국내 최초로, 10년 장기 임대 회원을 모아 ‘폐쇄형 리조트’로 운영했다. 비수기엔 비회원 대여로 수익을 올리고, 분양권 매매도 가능한 일반 콘도미니엄과 차별화된 방식이다. 또한 그는 ‘한 푼의 부채도 없어야 한다’는 고집스런 경영철학에 따라 리조트를 완공한 뒤에 분양했다.
2008년엔 경남도의 제안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인 통영 미륵도에 두번째 이에스리조트를 열었다. 이탈리아의 지중해 휴양섬 샤르데니아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리는 계단식 공법과 직선이 없는 건축 설계까지 직접 고안해 7년 만에 통영리조트를 완성했다.
2008년 최초의 언론 인터뷰로 <한겨레>를 만났던 그는 “제천이에스 소문을 듣고 은퇴한 전두환 전 대통령 일행이 예약을 하고자 했으나 ‘비회원’ 이유로 거절했다”는 일화를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8년 개장한 제주이에스리조트에서 네번째 리조트의 구상을 밝히고 있는 고 이종용 대표. 김경애 기자
그뒤 대장암으로 쓰러졌던 그는 피지, 캄차카 등 환태평양 오지에 10개의 리조트를 짓는다는 꿈을 접고, 대신 2018년 서귀포시 하원동 한라산 기슭에 제주이에스리조트를 열었다. 그 사이 암도 완치된 그는 다도해를 비롯한 국내 오지의 숨은 명당을 찾아 네번째 리조트를 열고자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발이 묶인 사이 또 다른 병마에 쓰러지고 말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정념씨와 딸 지원(이에스리조트클럽 사장)·다원(이에스리조트클럽 전무)씨, 아들 원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 26일 오전 6시. (02)2258-5919.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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