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부터 비무장지대(DMZ)를 찍어온 사진가이자 폐사지(옛 절터) 답사기행으로 이름난 ‘기록작가’ 이지누(본명 이진우)씨가 8일 오후 4시3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3.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프리랜서 사진가로 출발해 1991년 고 문영태·김용태 등 진보적인 화가들과 함께 경의선 복원을 주장하며 출판한 사진집 <분단풍경>(눈빛)과, 6공화국 말기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담은 <원천봉쇄>(눈빛)를 펴냈고, 1992년 교육현장의 실상을 고발한 <멈춘 학교, 달리는 아이들>(눈빛), 1993년 소비시대 신인류의 풍속을 예리하게 파헤친 <압구정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현실문화연구) 등 전시를 기획했다. 1994년 휴전선 일대에 대한 문화기행을 처음으로 주도한 것을 계기로 ‘우리땅밟기' 모임을 이끌며 10년 넘게 전국을 답사했다. 이후 경기도 박물관에서 발행하는 민속지의 집필위원으로, 월간 <사회평론>과 <내일신문>의 사진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2001년 철따라 묶어내는 책 계간 <디새집>(기와집의 옛말)과 다달이 묶는 웹진 <너새집>(너와집의 옛말)의 편집인으로 문화교양잡지를 창간했다.
고인은 앞서 1980년대 후반, 구산선문 답사를 하며 불교문화에 심취해 1992년 <나말여초의 선종사상사 연구>(이론과 실천, 추만호)에 사진작업을 했다. 1993년 퇴옹 성철 스님의 다비식을 시작으로 오래도록 큰 스님들의 마지막 열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불교신문 논설위원을 거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엘에스(LS)네트웍스 사외보 <보보담> 편집장을 맡았다.
저서로는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샘터), <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 연작(호미), <이지누의 집 이야기>(삼인), <관독일기>(호미)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성은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7시. (02)2227-7500.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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