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직계 자손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였던 안필영(미국 이름 랠프 안)씨가 지난 26일(현지시각) 오후 11시11분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별세했다고 대한인국민회가 전했다. 향년 96.
고인은 1926년 엘에이에서 도산의 3남2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1902년 결혼식 이튿날 미국으로 건너온 이래 본국과 중국, 하와이 등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했던 도산은 그의 출생 직전 다시 상하이로 건너갔고, 1932년 체포되어 서울로 송환된 뒤 끝내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1938년 순국했다. 이 때문에 고인은 평생 부친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었다. 도산이 건국훈장을 추서받은 이듬해인 1963년 부인 이혜련 여사와 5남매가 함께 귀국했을 때 그는 서울 망우리 선친의 묘에 처음으로 참배할 수 있었다. 도산은 1969년 미국에서 별세한 부인의 유해와 함께 1973년 11월 지금의 도산공원으로 이장되었다.
1917년 미국에서 찍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가족사진. 왼쪽부터 둘째아들 필선, 도산, 둘째딸 수라, 큰아들 필립, 큰딸 수산, 아내 이혜련. 막내아들 고 안필영씨는 1926년에 태어나 사진에 없다. 엘에이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제공
도산이 1924년말부터 2016년초까지 미국에 머물다 다시 중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가족사진. 막내아들 고 안필영씨 출생 직전이다. 엘에이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제공
도산의 부인 이혜련 여사와 5남매. 뒷줄 왼쪽부터 안필영·필립·필선, 앞줄 왼쪽부터 수라·이혜련·수산씨. 이제는 모두 고인이 됐다. 엘에이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제공
엘에이 시티칼리지와 캘스테이트 엘에이를 졸업한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미 해군에 복무한 뒤 초중등학교 교사, 식당 경영자, 광고모델 등으로 활동했다. 독립유공자이자 할리우드 배우로 활약했던 맏형 안필립 선생의 영향을 받아 배우로 데뷔하기도 했다. 안필립과 둘째형 안필선, 둘째 누나 안수라씨의 삶을 처음으로 기록으로 남겨 널리 알렸다.
그는 독립운동가 후손 모임인 ‘파이오니어 소사이어티’ 모임을 주관하는 등 한인사회 원로로 존경받았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귀국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돌 기념식’에 참석했다. 2021년 LA한인사회 8·15 광복절 기념행사 때도 축사에 나섰다.
엘에이한인회는 유가족과 한인단체들과 협의해 커뮤니티장례(사회장)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애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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