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나주시청에서 열린 ‘윤영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식’. 왼쪽부터 노동일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윤영준 하남마을 이장, 강인규 나주시장. 나주시 제공
70여 평생 농사를 지어온 시골 어르신이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 하남마을 이장 윤영준(74)씨가 그 주인공이다.
윤씨는 9일 전남 나주시청에서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노동일)에 1억원을 기부하고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식을 했다. 윤씨는 나주에서는 2번째이자 전남에서는 107번째 회원이다.
고향인 하남마을에서 23년째 이장을 맡아온 윤씨는 20여년 전부터 기부와 장학사업 등에 앞장서 왔다. 지난 2005년에는 고향의 강 이름을 딴 ‘드들 장학회’를 만들어 해마다 학생 3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지금껏 총액으로 4000만원이 넘는다.
그는 5년 전부터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을 돕기 위해 1억원을 기부하기로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돈을 모아왔다고 한다. 남의 논을 위탁받거나 빌려 농사를 더 지어 벼수매금을 따로 저축했고 지난 해에는 보유한 땅 일부를 팔아 1억원을 예정보다 일찍 채울 수 있었다.
그는 남평농협 9988봉사대 활동을 하면서 해마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1천여 포기의 김장나눔도 했다.
윤씨는 “나 자신과의 약속과 의지를 묵묵히 지지해준 가족들이 있어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며 “농업인으로서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고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이웃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지역사회에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준 윤 이장님의 선한 영향력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윤 이장의 선행이 지역사회 곳곳에 스며들 수 있도록 기부금을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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