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변호사 ‘육종기금’ 50억원 약정 1975년 선친 김완섭 고서 2만권 기증 2016년 딸 주현씨과 함께 수집 미술품 2018년 의료원 발전기금 10억도 기부
김재철(왼쪽) 변호사와 정진택(오른쪽) 고려대 총장. 사진 고려대 제공
법조인 가문으로 3대에 걸쳐 기부 선행을 이어온 김재철(81) 변호사가 7일 고려대(총장 정진택)에 육종연구 기금으로 30억원을 기부했다.
앞서 6일 고려대 서울 안암교정에서 열린 기부식에서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채소와 과일 대부분이 일본 종자라는 사실이 안타까워 육종·종자 개발 연구소 설치기금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며 “앞으로 20억 원을 더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고려대는 김 변호사의 호를 따 ‘오정 육종연구소’를 설치할 계획을 밝혔다.
김 변호사의 기부는 이번이 네번째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12회 고등고시에 합격한 뒤 1993년 사법연수원장을 끝으로 법복을 벗은 그가 고려대와 기부 인연을 맺은 것은 선친인 만송 김완섭 변호사 때부터다. 만송은 대한제국 판사와 변호사를 지낸 김병도의 아들로 대검 검사와 심계원(현 감사원) 차장을 거쳤다. 1952년 고려대에서 출강을 했던 만송은 은퇴 뒤 75년에는 77살 고령으로 고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4남1녀를 둔 만송은 초대 대법원장인 김병로의 장손녀를 며느리로 맞아 안팎으로 법조 집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송은 고서 수집가로 소문난 자신의 집에 침입한 강도에 의해 75년말 불의의 사고사를 당했다. 이듬해 김 변호사를 비롯한 자녀들은 선친의 뜻을 기려 <용비어천가> 초간본 2권을 비롯 문화재급 희귀고서 2만권을 고려대에 기증해 ‘만송문고’를 만들었다. 또 5천만원의 재원으로 만송장학기금도 설립해 지금껏 고려대 법대 학생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1993년 문민정부 들어 공직자 재산공개 때 상속재산이 많아 눈총을 받자 스스로 사표를 낸 이력도 있다. 선친의 영향으로 고서화 등 수집을 해온 그는 2016년 딸 김주현씨와 함께 서화류 334점과 현대미술품과 공예품 198점 등 9억원대의 작품을 고려대에 기증하고 <유방백세-오정 김재철 컬렉션> 전시회도 열었다. 그는 2018년에도 고려대의료원에 발전기금 10억 원을 기탁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