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준아이세계평화재단 이사장 고바야시 게이코
“20년 전 데뷔 초기 일-중 합작 ‘일본군 위안부’ 연기를 하게 되면서 배우이자 평화운동가로 제 인생의 방향이 정해졌고 오늘 이 자리에까지 서게 된 셈입니다. 일본 사람으로 이웃인 한반도 사람들의 염원인 ‘원코리아’의 평화적 실현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6일 서울 마포 유니세프빌딩에서 ‘원케이(One-Korea) 글로벌 캠페인’ 홍보대사로 위촉받은 일본 배우이자 준아이(순애)세계평화재단 이사장 고바야시 게이코는 한국말로 또박또박 소감을 밝혔다. 한국말은 모르지만 배우답게 지난 한달 동안 소감문을 외워서 발표한 것이다.
“처음에는 ‘3·1운동 100돌 기념’ 행사를 홍보하는 일이라 해서 조금 망설였습니다. 막연하게 ‘3·1운동’이 반일 사건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본어로 번역된 ‘3·1 독립선언문’을 읽어보고 무척 감동했습니다. ‘홍익인간’이라는 철학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평화의 뜻이, 제가 꿈꿔온 세상과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3·1운동 100돌 기념 민간통일운동
‘원케이 글로벌 캠페인’ 홍보대사 맡아
최근 위촉식 방한…통일기금 협약도 1998년 중-일 합작 연극 ‘위안부’ 연기
“동아시아 화해·신뢰 밑돌 되기로”
영화 ‘준아이’ 만들어 평화운동 나서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12살 때 작문으로 발표한 ‘꿈’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는 어른이 되면 세계 평화에 대한 영화를 제작해 스스로 연기한다. 그리고 전세계의 아이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 “특별한 계기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누구와도 다투지 말고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영향을 준 듯도 합니다.”
그는 원케이 글로벌 홍보대사로서 우선 자신이 펼치고 있는 ‘준아이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은 물론 전세계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국의 ‘3·1운동’과 ‘평화통일 염원’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1998년 연극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연극 <흑삼림>에서 일본 군대를 따라다니던 ‘일본인 위안부 여성’으로 출연했다. 일-중 우호 프로젝트로 제작된 이 연극은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했다.
“공연 직전 인터뷰 때는 ‘경계’하던 중국 사람들이 실제 공연을 보고는 발을 구르며 호응을 해줘서 감동했습니다. 특히 극중 주인공의 대사 한마디가 제 마음에 울렸습니다. ‘일본인들이 지금 행복하게 살게 된 데는 중국 등 아시아 나라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일본인으로서, 배우로서 ‘동아시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화해와 신뢰를 쌓는 밑돌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한 것입니다.”
그는 1999년부터 사회예술운동 ‘준아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패전국의 가해자인 일본인들을 도와준 중국인 마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직접 제작·감독·주연을 맡은 그는 스태프·배우·시민 자원봉사자 등을 모으느라 무려 8년이 걸려 일-중 합작 영화 <준아이>(순애)를 완성했다. 2014년부터는 비정부기구인 ‘준아이국제평화재단’을 만들어 이사장을 맡고 있다.
“패전 직후 귀국길에 남편과 헤어져 홀로 남은 일본인 여성 ‘순애’가 인정 많은 길림성 집안의 한 중국인 할머니와 그 가족의 보살핌 덕분에 무사히 아이도 낳고 살아남은 실제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2007년부터 ‘준아이’를 들고 국제 상영회와 교류 투어에 나선 그는 모나코 국제영화제 ‘에인절필름어워드’ 5개 부문을 비롯해 2017년 영국 롬퍼드 영화제와 아시아 국제영화제까지 14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2008년에는 중국 전역 200개 관에서 상영된 ‘준아이’는 2010년 중국 국영방송 <시시티브이>를 통해 전역에 소개되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2015년부터 3년째 ‘한·중·일·영’ 4개 국어 자막으로 글로벌피스재단과 상영 교류회를 했다. 그런 인연으로 그는 지난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글로벌피스 컨벤션에서 ‘국제평화문화상’을 받았다.
이날 글로벌피스재단과 ‘한반도 평화통일 기금 캠페인 추진’ 양해각서를 맺은 그는 “영화 ‘준아이’의 미래편을 한·일·중 합작으로 완성해 영화 수익금을 기금에 보탤 계획이다. 이미 한국 제작사와 손잡고 제목과 스토리, 캐스팅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제작사 드라마뱅크(총감독 김영호)와 함께 추진중인 미래편 <아이카>(愛花·사랑의 꽃>은 ‘순애의 유복자가 낳은 딸(아이카)이 한류 스타를 만나 남북한이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통일을 이루는 데 기여한다’는 판타지 드라마로 알려졌다. 한류 스타의 출연 섭외를 위해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과 접촉중이라는 그는 좋아하는 남녀 한류 스타들의 이름을 줄줄이 꼽기도 했다.
그는 2004년 ‘준아이’ 촬영지인 중국 산둥성 태산의 낡은 학교를 재건축해 ‘고바야시 게이코 기금 희망 초등학교’를 기증한 데 이어 2008년에는 일본 내 극장 개봉 수익금으로 초등학교 안에 순애유치원도 열었다. 독신으로서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의 미래는 어느 시대에도 빛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일본 배우이자 평화운동가인 고바야시 게이코가 지난 6일 원케이 글로벌 캠페인 홍보대사 위촉을 받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경애 기자
‘원케이 글로벌 캠페인’ 홍보대사 맡아
최근 위촉식 방한…통일기금 협약도 1998년 중-일 합작 연극 ‘위안부’ 연기
“동아시아 화해·신뢰 밑돌 되기로”
영화 ‘준아이’ 만들어 평화운동 나서
지난 6일 서울 마포 유니세프코리아빌딩에서 글로벌피스재단(회장 서인택·왼쪽 다섯째)과 준아이세계평화재단(이사장 고바야시 게이코·오른쪽 다섯째)이 ‘한반도 평화통일 기금 캠페인’ 협약을 맺었다. 사진 김경애 기자
고바야시 게이코 이사장이 1997년부터 8년에 걸쳐 제작한 일-중 합작 영화 <준아이>(순애)의 포스터. 준아이세계평화재단은 2020년까지 ‘미래편’인 <아이카>(애화)를 한-일-중 합작으로 만들어 ‘한반도 평화통일 기금’에 보탤 예정이다.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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