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인클로버재단 한용외 이사장
원스톱 서비스다.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곧바로 현장에서 액자까지 만들어준다. 일반 사진관에서는 며칠 걸리는 작업이다. 급히 만든다고 허접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이 달라붙는다. 헤어 미용사와 얼굴 화장 전문가가 가족들의 외모를 환하게 만들어준다. 배경 휘장을 설치한 촬영 장소에서 가족들은 다정한 포즈와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첫 가족사진이다. 감격스럽다. 찍고 나면 전문가들이 바로 사진을 교정(포토샵)한다. 즉석 컬러 프린터기로 인화한다. 출력된 가족사진은 준비해 간 액자에 담는다. 불과 30분 걸린다. 게다가 무료다.
사진의 주인공은 모두 다문화가족이다. 지난 11일로 4천 가족이 넘었다. 2016년 6월 3천 가족을 돌파한 지 1년 반만이다.(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33193.html)
사진을 찍어주는 작가는 한용외(71) 인클로버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지난 7년7개월간 다문화가정에 ‘가족사진 서비스’라는 독특한 봉사를 해왔다.
2009년 삼성그룹 퇴직 뒤 재단 세워
취미로 배운 사진으로 8년째 봉사
“10년 뒤 자녀들 사회 진출 대비해야” 미용사·포토샵 등 전문가 10여명
월 2회 전국 돌며 다문화가정 촬영
즉석 인화해 액자까지 만들어 ‘선물’ 다문화가정의 가족사진 서비스는 치밀하게 진행된다. 그는 한 달에 두 번 전국을 돌며 사진을 찍는다. 매월 두 번째 토요일과 일요일이 사진 찍는 날이다. 해마다 10월이면 새해에 찍을 다문화가정을 신청받는다. 전국에 있는 250여개 다문화지원센터에서 해당 지역의 다문화가정으로부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을 예약받는다. 올해는 서울·인천·경기 지역과 강원도에서 집중적으로 찍는다. 지역에서 사진 찍는 날이다. 새벽 6시 한 이사장과 자원봉사자 10여명이 모인다. 차 두 대가 동원된다. 짐차에는 카메라, 조명기구, 컴퓨터, 사진 인화 프린터, 배경 휘장용 천, 액자 80여개 등이 가득 실린다. 메이크업 담당, 촬영 보조, 후보정 담당, 액자 만드는 팀원 등 다양한 재능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간다. 보통 오전 9시께 현장에 도착해 한 시간 정도 즉석 사진 스튜디오를 세팅한다. 장소는 지역 군청 강당이나, 다문화지원센터의 넓은 실내다. 오전 10시부터 사진 촬영에 들어간다. 1시간 동안 10가족 정도 찍는다. 우는 아이를 달래야 하고, 어색한 가족들의 포즈와 표정을 부드럽게 다듬어야 하니 진행이 더디다. 도중에 점심 먹고, 오후 3시까지 작업한다. 하루 40여 가족이 환한 얼굴로 가족사진을 담은 액자를 품에 안고 집을 향한다. 지역에 갈 때는 1박2일 걸린다. 한 가정의 가족사진을 찍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5만원 정도다. 액자와 사진 인화비, 자원봉사자들의 점심값 등이다. 일반 사진관에서는 수십만원이 든다. 재단에 등록된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번갈아 도와준다. 한 이사장은 2009년 삼성그룹 임원으로 정년퇴직한 뒤, 사재 10억원을 들여 인클로버재단을 만들고 다문화가정을 위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1일 경기도 구리시청 1층 상황실에서는 4천번째 가족사진을 찍었다.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리응옥타우 가정이 가족사진 액자와 함께 리조트 숙식권 등을 선물로 받았다. 퇴직하기 전 배운 사진 찍기가 그의 제2인생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한 사진인데, 개인 전시회를 할 정도가 됐다.
한 이사장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봉사는 비단 가족사진 찍어주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녀들을 대상으로 재능 교육을 한다. 사진과 목공 교육이다. 매주 토·일요일 2년 과정이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생이 대상인데, 한 기수에 20여명이다. 사회 나와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기능을 길러주는 게 목표다.
지난해부터는 ‘마마드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녀가 한 달간 어머니의 바람을 수행하면, 재단에서 어머니에게 100만원어치의 상품을 준다. 자녀들이 수행할 과제는 그리 어렵지 않다. 중국에서 온 한 주부는 ‘12살짜리 아들이 밤 10시 취침해서 아침 7시에 기상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밤샘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아들은 이를 지켰고, 어머니가 원했던 가구와 주방용품이 배달됐다. 베트남에서 온 한 주부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제발 학교 결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아들은 밥 먹듯 하던 결석을 멈추었고, 온 가족은 겨울 바다 여행을 선물로 받았다. 중국에서 온 미혼모는 딸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기도 했다.
영남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한 이사장은 삼성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사장, 삼성문화재단 총괄사장을 지내고 퇴직했다. 한때 샐러리맨의 신화이기도 했다. “퇴직하고 사회에 봉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 큰 돈이 들지 않는 다문화가족 사진찍기부터 시작했어요.” 그는 환갑의 나이에 사회복지학 석사를 마쳤고, 65살엔 박사까지 됐다.
그는 다문화가정에 관심이 깊었다. 특히 한국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다문화가정의 자녀 교육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앞으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사회에 배출되는 다문화가정의 자녀 문제가 한국 사회에 큰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한 이사장은 현재 20만여 다문화가정 청소년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이 자신이 직접 찍어 만들어준 한 다문화가정의 가족사진 액자를 배경으로 웃고 있다.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취미로 배운 사진으로 8년째 봉사
“10년 뒤 자녀들 사회 진출 대비해야” 미용사·포토샵 등 전문가 10여명
월 2회 전국 돌며 다문화가정 촬영
즉석 인화해 액자까지 만들어 ‘선물’ 다문화가정의 가족사진 서비스는 치밀하게 진행된다. 그는 한 달에 두 번 전국을 돌며 사진을 찍는다. 매월 두 번째 토요일과 일요일이 사진 찍는 날이다. 해마다 10월이면 새해에 찍을 다문화가정을 신청받는다. 전국에 있는 250여개 다문화지원센터에서 해당 지역의 다문화가정으로부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을 예약받는다. 올해는 서울·인천·경기 지역과 강원도에서 집중적으로 찍는다. 지역에서 사진 찍는 날이다. 새벽 6시 한 이사장과 자원봉사자 10여명이 모인다. 차 두 대가 동원된다. 짐차에는 카메라, 조명기구, 컴퓨터, 사진 인화 프린터, 배경 휘장용 천, 액자 80여개 등이 가득 실린다. 메이크업 담당, 촬영 보조, 후보정 담당, 액자 만드는 팀원 등 다양한 재능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간다. 보통 오전 9시께 현장에 도착해 한 시간 정도 즉석 사진 스튜디오를 세팅한다. 장소는 지역 군청 강당이나, 다문화지원센터의 넓은 실내다. 오전 10시부터 사진 촬영에 들어간다. 1시간 동안 10가족 정도 찍는다. 우는 아이를 달래야 하고, 어색한 가족들의 포즈와 표정을 부드럽게 다듬어야 하니 진행이 더디다. 도중에 점심 먹고, 오후 3시까지 작업한다. 하루 40여 가족이 환한 얼굴로 가족사진을 담은 액자를 품에 안고 집을 향한다. 지역에 갈 때는 1박2일 걸린다. 한 가정의 가족사진을 찍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5만원 정도다. 액자와 사진 인화비, 자원봉사자들의 점심값 등이다. 일반 사진관에서는 수십만원이 든다. 재단에 등록된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번갈아 도와준다. 한 이사장은 2009년 삼성그룹 임원으로 정년퇴직한 뒤, 사재 10억원을 들여 인클로버재단을 만들고 다문화가정을 위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1일 경기도 구리시청 1층 상황실에서는 4천번째 가족사진을 찍었다.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리응옥타우 가정이 가족사진 액자와 함께 리조트 숙식권 등을 선물로 받았다. 퇴직하기 전 배운 사진 찍기가 그의 제2인생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한 사진인데, 개인 전시회를 할 정도가 됐다.
지난 2월11일 경기도 구리시청에서 ‘다문화 가족사진’ 4천번째 촬영을 마치고 한용외(뒷줄 왼쪽 세번째) 이사장을 비롯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인클로버재단 제공
다문회 가족의 가족사진을 찍는 한용외 이사장
다문화 가족의 가족사진을 찍는 한용외 이사장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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