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남성아카펠라팀 ‘와와 아프리카’가 전통 복장으로 토속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월드샤프 제공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온 ‘검은 천사’들이 한국의 겨울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13명의 흑인 청년으로 구성된 아카펠라팀 ‘와와(안녕) 아프리카’가 그 주인공이다.
국제개발엔지오 월드샤프 대표이자 성악가 출신 김재창(61) 지휘자가 이끌고 있는 와와 아프리카 팀은 지난달 15일 서울에 도착해 교회를 중심으로 첫 한국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신길교회를 시작으로 서울 영산아트홀·태영아트홀, 서빙고 온누리교회, 전주 동신교회에 이어 오는 14일엔 롯데월드, 18일 63빌딩, 27일 전주 삼성회관 등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이들은 아프리카 특유의 소울이 담긴 토속음악과 크리스마스 캐럴은 물론 ‘아리랑’과 ‘꼬부라 할머니’ 등 우리 민요 퍼포먼스로 가는 곳마다 갈채를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영산아트홀에서 부른 ‘아리랑’ 실황 동영상은 유투브를 통해 널리 퍼지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지난 2일 이와이(EY―한영회계법인의 가족 초청 송년회 ‘2017 패밀리 데이’에서 공연을 펼쳐 환호와 함께 ‘빈·넘·자 프로젝트’ 기부금을 전달받았다.
지난 2일 이와이(EY―한영회계법인의 가족 초청 송년회 ‘2017 패밀리 데이’에서 와와 아프리카팀이 우리 민요 ‘꼬부랑 할머니’를 퍼포먼스와 함께 공연하고 있다.
‘빈·넘·자 프로젝트’는 월드샤프가 지난해부터 말라위와 잠비아에서 펼치고 있는 개발사업이다. “가뭄과 기근으로 생명유지가 어려운 아프리카의 말라위와 잠비아에 희망봉을 세워 빈곤 타파로 사람다운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말라위에서 독지가로부터 15만여 평의 터를 증여받아 유치원·초중등학교·대학교 등을 건립하고, 옥수수·커피·양계 등을 통한 주민소득증대사업을 함께 지원하는 ‘드림타운’ 복합교육단지를 개발중”이라고 소개했다.
아프리카대륙 남동부에 위치한 말라위는 인구 1천만여명 가운데 5살 미만의 아동사망률이 8.5%에 이르고 평균수명이 남성 42.6살·여성 46.9살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와와 아프리카 팀은 ‘빈곤을 넘어 자립으로'를 음악 활동의 목표로 내걸고 있다.
김 대표는 “단원들 모두 이번에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봤다”며 한국에 머물면서 공연 뿐만 아니라 선진 문화 체험과 리더십 교육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단원들은 10일 전국에 걸쳐 폭설이 내린 덕분에 난생 처음 ‘하얀 설국’을 구경하는 행운도 맛봤다.
월드샤프 김재창(가운데) 대표가 말라위 현지에서 와와 아프리카팀과 함께 전통부족의 추장과 용사들 차림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월드샤프 제공
전북 정읍 출생으로 원광대 음악교육과 나와 고교 음악교사로 일하다 30대 중반에 뒤늦게 이탈리아 치마로사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 대표는 존타, 벨리니 등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2006년 삶의 목표를 ‘나’에서 ‘우리’로 바꾸고 음악 선교 활동에 투신한 그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쓰레기마을에서 꾸린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 인도 푸네의 불가촉천민마을에서 만든 바나나 어린이 합창단에 이어 지난해부터 말라위에서 ‘희망의 화음’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꿈이나 비전이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 설령 꿈이 있어도 꿈을 포기하고 사는 아이들, 그러나 월드샤프와 함께 하며 아이들이 변했다”면서 “내일을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어하고, 누군가처럼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로 키워주는 것이 월드샤프의 꿈”이라고 말했다. (02)2692-9978.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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