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네팔 대표팀 ‘청년 바리스타’ 키샨-수전
“제 친구들은 축구스타 메시나 호날두를 좋아해요. 하지만 제 영웅들은 모두 여기 있어요. 인터넷 유튜브 동영상에서, 꿈속에서나 보던 나의 영웅, 세계적인 (한국) 바리스타들이요.” “겨우 2년차 초보 바리스타가 챔피언과 붙다니… 이럴 수가!”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라떼아트 배틀’의 우승자는 타이 대표였지만, 그보다 더 갈채를 받은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네팔 대표팀 키샨 구릉(29)과 수전 펀디트(23)였다.
한국의 커피티브이가 주최한 이날 배틀은 유튜브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한 전세계 500여명 가운데 최종 선발된 최고 바리스타 16명이 겨루는 자리였다. 아름다운커피의 공정무역 카페의 바리스타인 두 사람은 경선 대신 특별시연에 출연해 뜻밖의 감동을 선사했다.
8일 서울 경복궁역 아름다운커피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배틀 참가의 여흥과 한국 여행의 기대감으로 들떠 보였다.
공정무역 아름다운커피 카페 추천
서울 ‘월드라떼아트배틀’ 특별시연 ‘화제’ 키샨, 드라마 ‘커피 프린스’ 보고 10년 독학
“대학 졸업 대신 최고 바리스타 성공” 커피재배 농부 출신 첫 바리스타, 수전
“지진피해 마을 복구에 기여하고파”
두 사람은 이날 시연에서 창작 라떼아트와 퍼즐라떼 패턴을 선보였다. 먼저 2016 월드 라떼아트 배틀 챔피언인 한국의 이해경씨와 겨룬 수전은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한 나머지 ‘옴’(평화) 글자를 다 새기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름다운커피 서울 직원들을 비롯한 100여명의 참관단은 손에 땀을 쥘 만큼 감동을 받았단다.
반면 2017 중국라떼아트 챔피언 량판을 상대한 키샨은 경력 10년의 네팔 최초이자 대표 바리스타답게 ‘장미’ 그림과 함께 멋진 인사말로 박수를 받았다. “최빈국 네팔에는 한국만큼 커피 관련 좋은 인프라가 없다. 하지만 네팔의 공정무역 커피를 가장 맛있게 만들어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의 이 자리가 그리고 내가 자랑스럽다.”
두 사람은 공동으로 완성하는 퍼즐라떼 패턴 경기에서 히말라야산맥과 커피나무를 커피잔 위에 펼쳐 보였다. 키샨은 “네팔커피는 아직 유명하진 않지만 히말라야의 정기를 받은 신선한 커피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작품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바리스타의 꿈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네팔 청년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아름다운커피 네팔센터장 권유선씨는 전했다.
“키샨은 지금 네팔에서 가장 큰 카페에서 바리스타 겸 매니저를 하고 있었는데 2015년 아름다운커피 쪽에서 스카우트했어요. 네팔 커피산업을 일궈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공정무역 취지에 기꺼이 동참해줬고요.”
히말라야 고산의 구룽족 출신인 키샨은 대학 입학금을 벌고자 18살 때인 2007년 카트만두의 카페 ‘히말라얀 자바’에서 아르바이트로 커피와 인연을 맺었다. 그야말로 바닥 청소부터 시작한 그는 어깨너머로 독학해 2014년 네팔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자가 됐다. 한국 드라마 <커피 프린스>를 보며 바리스타의 꿈을 키웠다는 그는 이번에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공유)의 손 모델이었던 바리스타 임종명씨와 가장 좋아하는 ‘스타’ 김사홍씨를 직접 만나 특강을 받는 행운도 누렸다. “여동생 학비 뒷바라지도 하느라 결국 대학 공부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바리스타가 됐고 더 큰 꿈도 찾았으니 후회는 없어요.”
실제로 키샨은 이번 한국 배틀 참가 기록 덕분에 유럽 커피연수 기회도 얻었다. 그동안 불법체류 우려로 비자 발급을 거부했던 스위스에서 아름다운커피의 신원보증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는 오는 10월 3주 동안 스위스·독일·이탈리아를 돌며 선진 커피 기술을 익힐 참이다.
수전은 공정무역에 생두를 공급하는 10개 산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신두팔초크 출신이어서 ‘커피 농부 첫 바리스타’로 주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5~6년 전부터 집에서 커피 재배를 해서 열매 탈피부터 생두 가공까지 전 과정을 익혔어요. 2년 전 큰 지진을 겪으며 지역 재건에 기여하고 싶어 바리스타 수련생으로 참가하게 됐고요.”
지역 조합 대표로 뽑혀 지난해 1월부터 아름다운커피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수전은 이번 한국행에 앞서 마을에서 환송잔치까지 열어줬다고 귀띔했다. “첨엔 그저 라떼아트가 신기하고 예뻐서 해봤는데 이번 국제대회 참가해보니 제대로 잘해서 챔피언에 도전하고 싶어졌어요.”
두 사람은 약 3주간의 한국 방문 기간 동안 커피 전문가 미팅과 강릉 카페거리 등 유명 카페 견학도 할 예정이다. 오는 19일에는 서울 홍대 앞 가톨릭청년회관에서 공정무역 활동가와 후원자 등을 만나는 ‘공정무역 토크쇼’와 ‘일일카페’ 프로그램에도 참가한다. 토크쇼는 네팔 출신으로 티브이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수전이 진행자로 재능기부를 한다. 아름다운커피 채널(beautifulcoffee.org), (02)743-1004.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아름다운커피 제공
아름다운커피 경복궁역 카페에서 네팔 국기를 들고 나란히 선 바리스타 수전과 키샨. 사진 김경애 기자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라떼아트 배틀’에서 특별시연을 하고 있는 키샨과 수전. 사진 아름다운커피 제공
서울 ‘월드라떼아트배틀’ 특별시연 ‘화제’ 키샨, 드라마 ‘커피 프린스’ 보고 10년 독학
“대학 졸업 대신 최고 바리스타 성공” 커피재배 농부 출신 첫 바리스타, 수전
“지진피해 마을 복구에 기여하고파”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라떼아트 배틀’ 시연을 마치고 공정무역 아름다운커피 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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