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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패션의 모든 것 한국에서 배웠다”

등록 2016-08-26 20:05수정 2016-08-26 20:11

창립 62돌 컴패션의 성장 비결
“초보 참가자 여러분은 반드시 이걸 보셔야 해요.”

케냐 후원가정 방문 일정을 직접 안내한 한국컴패션 대표 서정인(54) 목사는 지난 1일 케냐컴패션 국가사무실에서 첫 참가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컴패션의 연간 사업계획서와 활동보고서는 3단계에 걸쳐 작성됩니다. 지역 어린이센터에서 작성한 자료는 국가사무실을 통해 검토되고 취합되며, 미국 본부에서는 최종 확인 및 관리를 실시합니다. 사업 연도가 끝남과 동시에 각 지역 어린이센터에서 진행한 활동과 예산 사용에 대해 확인하는 3단계 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12개 후원국과 26개 수혜국 사무실이 인터넷으로 운영 프로그램을 공유해 작성 내역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그가 사무실 바닥에 펼쳐놓은 파일은 바로 전날인 ‘2016년 7월 보고서’였다. 후원 어린이별로 세세하게 지출 내역이 적혀 있었다. 케냐컴패션 직원들이 서 대표가 요구하는 서류들을 아무런 절차나 경계 없이 즉각즉각 찾아서 건네주는 것도 이채로웠다. 각 나라 본부에서 지역 센터를 암행감찰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튿날부터 순례할 키베라를 비롯해 엠부르부르, 카왕과레, 마사이마을 올레샤로 등등 지역 센터에서도 서 대표의 ‘즉석 감사’는 착착 진행됐다. 실제로 모든 어린이센터에는 케냐컴패션 국가사무실에서 본 것과 똑같은 양식의 파일들이 실시간 정리돼 있었고, 증빙 영수증이 한무더기씩 붙어 있었다.

지난 1일 나이로비 외곽에 있는 케냐컴패션 국가사무실에서 한국컴패션 서정인 대표가 후원 어린이별로 지원 내역을 기록해놓은 보고서를 펼쳐 보이며 ‘즉석 감사’를 하고 있다.
지난 1일 나이로비 외곽에 있는 케냐컴패션 국가사무실에서 한국컴패션 서정인 대표가 후원 어린이별로 지원 내역을 기록해놓은 보고서를 펼쳐 보이며 ‘즉석 감사’를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지역 센터마다 어린이 양육 교사 외에 출납 담당, 회계장부 담당, 어린이 사례관리, 시설 관리 등의 4개 분야에 최소 4명의 전문인력이 배치돼 있었다. 회계 담당은 미국 공인회계 기준을 따르도록 교육받는다.

컴패션은 미국의 권위 있는 자선단체 재정 신용도 평가기구인 채리티내비게이터(charitynavigator.org)에서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 연속 가장 높은 점수(100점 만점에 91.40점)인 별 4개를 받아 상위 1%에 선정됐다. 모두 8200개 조사 대상 자선단체 가운데 15년 연속 별 4개를 받은 단체는 컴패션을 비롯한 세 곳뿐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재정의 건실함과 책임성, 투명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서 대표는 “이는 ‘시험에 들지 말게 하라’는 하나님 말씀에 따른 것”이자 “모두가 한국 원조 40년 시행착오 속에서 배운 지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컴패션은 1952년 미국의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한국전쟁 고아들의 주검을 보고 충격을 받아 시작했다. 이후 40여년 동안 전국에 1200개 고아원을 통해 10만여명을 키워낸 뒤, 1993년 철수했다.

“컴패션도 초기 한국에서 지역사회 개발원조 방식으로 활동했어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한부모 가정 위주로 어머니에게 직접 지원했죠. 그런데 년 뒤 정작 아이들에게 지원된 흔적을 확인할 수가 없었던 거예요.”

무엇보다 교회 네트워크를 통해 후원하다 보니, 교회 건축이나 확장을 위한 원장 목사나 선교사들의 횡령·착복 사례가 빈발했다. 이를테면 ‘가짜 어린이 서류’를 꾸며 미국 본부에서 받은 후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식이었다. “신앙인이라 해도 ‘견물생심’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요.”

이런 ‘누수’를 막고자, 컴패션은 일대일 결연 방식으로 어린이 양육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회적 구호나 일방적인 원조가 아닌, ‘0살부터 22살까지’ 지속적으로 직접 후원함으로써 한 명이라도 건강한 사회인을 키워내자는 것이다. 기독교교육학 박사인 서 대표는 “지적·신체적·사회정서적·영적 단계별 전인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80 대 20’(양육비 대 보조활동비) 원칙에 따라, 현재 1인당 월 4만5천원의 후원비 가운데 85~87%가 어린이 양육비로 쓰이고 있다고 컴패션은 밝혔다.

컴패션은 60년부터 다른 빈곤국으로도 시선을 넓혀 현재는 26개국에서 170만여명을 후원하고 있다. 한국컴패션은 철수 10년 만인 2003년 원조 대상국이 아닌 후원국 위치에서 새로 출범했다. 그 자체로 전례 없는 ‘반전’이었다. 더구나 한국은 출범 10년 만에 12개 후원국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많은 12만여명의 양육을 지원해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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