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헌 도시농업포럼 대표
신동헌 도시농업포럼 대표…‘일이 아니라 즐기는 농사’ 교육
“도시농업은 도시에서 짓는 농사가 아닙니다. 도시에서 ‘즐기는’ 농사입니다. 이것이 농민들의 본격 농업과 다른 점입니다.”
14일 신동헌(64) 도시농업포럼 대표는 ‘씨뿌리고 가꾸고 땀 흘리는 즐거움, 거둬서 먹는 즐거움,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하는 즐거움, 자연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집이나 가까운 곳에 텃밭을 가꾸는 일종의 취미, 여가 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도시 농업에 대한 농민들의 경계심을 풀어주기 위해서도 이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시농업 분야에서 신 대표의 활동은 두드러졌다. 우선 2015년 4월 국회에 ‘생생 텃밭’을 만들었다. 근엄한 국회의 잔디밭을 120평 걷어내고 상추, 고추, 오이, 호박, 가지 등 30가지 채소를 심었다. 수천평의 잔디밭 중에서 헌정기념관 옆의 단 120평을 밭으로 얻어내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정의화 국회의장을 포함해 50여명의 의원들이 도왔다. “고정 관념을 넘어 텃밭을 만들고 가꿨습니다. 올해 새 국회가 들어서면 이 텃밭에서 도-농, 여-야 상생 행사를 열려고 합니다.”
‘꿈틀어린이텃밭학교’는 도시농업의 내실을 튼튼히 한 일이었다. 그는 지난해 4~11월 20주 동안 과천시 문원동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한 200평의 텃밭을 운영했다. 첫 과정에는 모두 56명의 어린이와 그 가족 등 150여명이 참여했다. 비정규 과정이지만, 56명의 어린이 모두가 졸업했고,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주는 졸업장을 받았다.
“가장 놀라운 일은 흙과 채소를 만지면서 아이들의 마음이 착해졌다는 점입니다. 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의 인성이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했습니다. 가족 관계도 더 좋아졌습니다. 땅과 생명을 가까이 하니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아이들이 풀 뽑고 돌 골라내고 채소 심으며 일이 아니라 놀이로 받아들였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그가 하고 싶은 일은 바로 이런 어린 도시 농사꾼들을 길러내는 것이다. 텃밭학교를 10곳·100곳·1000곳으로 늘려갈 작정이다. 이들이 어른이 되면 도시와 농촌 사이의 오래고 깊은 골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기대한다. “농업 정책은 농민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 관련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도시농업을 정규 교육 과정에도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신 대표는 전직 언론인이다. 1978년 <동양방송>(TBC)에 입사했고, 82년 <한국방송>(KBS)으로 옮긴 뒤 2000년까지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96년 <농어촌은 지금>, <농업도 경영이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농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방송사를 그만둔 뒤엔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대한양계협회 전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정보문화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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