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민단체연 스리나트 전 총장
세계시민단체연 스리나트 전 총장
한국YMCA 100돌 행사 첫 방한
“정치 압력·자본 이해 자유로운
시민들이 글로벌 약탈 막아야”
한국YMCA 100돌 행사 첫 방한
“정치 압력·자본 이해 자유로운
시민들이 글로벌 약탈 막아야”
“지금 국제사회는 리더십이 사라져 ‘무기한 진공’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G20이 아니라 G0 시대인 셈이죠. 시민사회가 나서야 합니다.”
세계 110개 나라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시민단체연합(CIVICUS)의 사무총장을 지낸 잉그리드 스리나트(사진) 인도 차일드라인재단 상임이사의 목소리는 매우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2008~12년 4년 임기 동안 지구촌 사회 곳곳을 뛰어다녔던 그는 지난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100돌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자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우리는 기대와 낙관으로 2000년대를 맞으며 인류의 삶을 뒤바꿀 만한 가치와 원칙에 대한 합의를 담아 발표했던 ‘새천년 선언문’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9·11테러’로 대테러전쟁이 시작되면서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극단 대립 속에 비관주의가 퍼졌고, 시민사회의 힘, 글로벌 연대감, 도덕적 권위 같은 공존의 가치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효율과 시장 자유화를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패러다임의 지배를 강화시켜 시민사회를 또 한번 위축시켰습니다.”
전날 저녁 환영만찬회에서 만난 스리나트는 미리 준비한 ‘지구시민사회의 흐름과 전망 그리고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과제’에 대한 발제문을 토대로 “이처럼 지금 국제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전쟁이 글로벌 약탈로 끝나지 않게 막는 것이 시민사회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압력과 자본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시민사회가 솔선수범의 자세로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G0’ 상태에 대해 “최근 크리미아 사태에서 보듯, 미국·유럽 등 서구사회의 국제 공조에 대한 열정은 식어가고 있는 반면 한국·중국을 포함한 신흥경제국가들은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책임을 거부하거나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국가·시장·시민사회의 책임과 관계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의 불씨가 살아 있다’고 전제한 그는 “지구촌사회의 지속을 위한 공동의 목표를 정해 신뢰를 되살려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2011년 한 국제 행사에서 만나 교유해온 박원순 서울시장을 통해 한국 시민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마침 이날 만찬회에서 축사를 한 박 시장과 반갑게 재회한 그는 와이엠시에이와 한국 시민사회에 대한 기대를 빼놓지 않았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뭄바이에서 자랄 때 학교 맞은편 와이엠시에이에 들러 농구도 하고 세미나도 참가한 덕분에 ‘와이’ 같은 공신력 있는 국제적 시민단체의 가치를 알 수 있었다”는 그는 “백년의 전통과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한국 와이의 존재 자체가 다른 나라에서 보기 드문 한국 시민사회의 힘”이라며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개발을 이룬 한국의 성공 경험을 볼 때 한국 시민사회의 국제적 기여에 대한 기대도 높다고 덧붙였다.
스리나트는 1988년 콜카타의 인도경영대학을 나와 광고회사에 다니다 폭력·노예노동·학대·인신매매 등에 노출된 어린이들을 보호하고자 2004년부터 ‘아동의 권리와 당신’(CRY) 대표이사를 맡아 시민사회운동에 나섰다. 특히 3억5천만명의 인도 아동 가운데 46%가 글을 모르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전인도연합을 이끌며 교육기본권 개정 운동을 성공적으로 전개했다. 현재 그가 활동하고 있는 차일드라인재단은 600여개 엔지오 네트워크를 연계한 아동학대 긴급전화로, 해마다 420만건 이상의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하마를 수집하는 독특한 취미를 소개하기도 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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