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으로 은퇴 뒤 저개발국 곳곳에 병원을 지어 기증한 조기성 전 아르헨티나 대사가 5일 오전 1시1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7일 전했다. 향년 86.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나온 고인은 1961년 외무부에 들어가 1988년 과테말라·온두라스 대사, 1992년 페루 대사, 1994년 아르헨티나 대사를 지냈다. 38년 외교관 생활 내내 ‘라틴아메리카통'으로 활약했다.
고인은 1992년 페루 대사 시절 과테말라에 병원 건립을 건의해 1993년 시골 마을 카야오에 페루-한국의료센터를 설립했다. 한국 정부가 해외에 세운 첫 병원이었다. 외교관 은퇴 뒤인 2001년에는 과테말라에 개인 비용으로 인디오들의 거주지 차멜코에 메르세데스-덕실의료센터를 세웠다. 2003년에는 에티오피아 바히르다르에 병원을 지었다. 한국인이 아프리카 대륙에 설립한 첫 병원이었다.
2004년에는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모아 평화의료재단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저개발국 무의촌에 병원을 짓기 시작했다. 해당국이 제공하는 땅에 의료시설이 완비된 병동을 지어 기증하고 운영은 그 나라가 책임을 졌다.
딸 혜란씨는 “아버지가 설립한 병원은 모두 25곳이다. 투병 중이던 2020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25번째 병원을 지었다”고 말했다. 고인은 2008년 제2회 다산대상(사회복지 부문)을 수상했다. 유족은 부인 이건희씨와 딸 혜란(미 데이비슨대 교수), 아들 무강(모닝캄매니지먼트 대표)씨가 있다.
연합뉴스,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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