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평화의씨앗들 박만규 이사장, 정지석 목사·이연자 기부자·이재봉 교수. 국경선평화학교 제공
국경선평화학교는 지난 22일 오후 강원도 철원 월하리에서 새 학교 상량식을 열었다. 여기서 첫번째 ‘평화장학금’ 기부자인 이연자(76)씨의 3천만원 전달식도 열렸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이연자씨는 이재봉 원광대 교수의 누나로 국경선평화학교 기금 모금 캠페인을 맡고 있는 동생의 뜻에 동참해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님은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채 얼굴의 흉터 탓에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홀로 살아오셨어요. 지금도 원주의 13평짜리 비좁고 낡은 아파트에서 여름엔 선풍기로만 무더위 이기고, 겨울엔 난방비 아끼려고 전기장판 하나로 강추위를 견디고, 수돗물도 데워 쓰지 않습니다. 비눗조각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 헌 스타킹에 담아 쓰고, 옷과 신발도 ‘싸구려’만 골라 삽니다. 그렇게 아껴 모은 귀한 돈을 교수가 된 동생이 자랑스럽다며 선뜻 내놓으셨어요.”
이 교수는 이연자씨 이름으로 원광대에도 5천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고 전했다.
국경선평화학교 설립자인 정지석 목사는 25일 “이번 첫 장학금을 기반으로 ‘이연자 평화장학금’을 조성해 앞으로 평화통일 운동가 양성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화학자이자 평화운동가인 정 목사는 10여년 전 강원도와 철원군에서 제공한 민통선 내 평화문화광장에 국경선평화학교를 연 이래 지금까지 30여명의 평화 활동가와 2만여명의 평화통일 교육생을 배출했다. “기존 학교는 민통선 안에 자리해 군부대의 출입통제를 받아야 해요. 특히 밤에는 접근할 수가 없고 자체 숙박시설도 없어 청소년을 위한 1박2일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철원 옛 노동당사 근처에 새 학교 터를 마련하고 건립 기금 20억원을 모으는 중입니다.”
지난 8월 착공한 새 평화학교는 도서관, 교실, 연구실, 숙소 등을 갖추고 내년 5월 완공될 예정이다. 평화통일 운동가인 이 교수는 새 평화학교의 교실 세 칸 중에 하나를 ‘남이랑북이랑 교실’로 운영하고자 건립기금 모으기에 앞장서고 있다. “교실에 필요 예산이 2천만원인데 9월말 현재 1280만원을 모았고 연말까지 목표를 채울 예정입니다.” 전북은행 102101-1778059 이재봉 ( 남이랑북이랑 ).
이날 평화학교 상량식에서는 물품 바자회(생활도자기, 철원오대퀸 햇쌀 등.)와 먹거리 장터, 가을 음악회도 열렸고 시골장터국밥을 다함께 나누며 행사를 마쳤다.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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