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조성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마련한 ‘꽃심순례포럼’에서 문규현 신부가 조성만기념사업회 결성을 처음으로 제안하고 있다. 사진 조성만기념사업회 준비위 제공
“‘평화’라는 말에 가슴이 뛴다면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통일’이라는 말에 가슴이 뜨거워진다면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희망’이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인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를 사랑과 평화의 땅으로 만드는 길에 동행하실 수 있습니다. 마침내, 저 ‘사랑’이라는 말에 마음이 일렁이고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면,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이미 ‘조성만 기념사업회’의 주인이십니다. 벗님이 조성만입니다.”
오는 20일 전주 치명자산에 있는 평화의전당 3층에서 ‘조성만기념사업회’가 발족한다. 초대 이사장 문규현 신부는 15일 전화 통화에서 조 열사 투신 33년 만에 기념사업회를 꾸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1980년대 초반 전주교구청 청소년 담당 사제와 해성고 학생으로 처음 만났고, 그때 성만이가 전주 중앙성당에서 형님(문정현) 신부에게 영세를 받았어요. 1984년 서울대 입학 뒤 어느 날 성만이가 찾아와 ‘사제의 길’을 의논했는데 말렸어요. 그 뒤 미국 메리놀선교회로 연수를 갔다가 1988년 봄 논문 준비를 위해 잠시 귀국했는데, 성만이의 마지막을 보게 됐죠.”
1988년 5월15일 명성성당에서 열린 ‘88서울올림픽 남북공동개최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조성만(왼쪽) 열사. 이날 교육관 옥상으로 올라가기 직전 마지막 모습이다. 조성만기념사업회 준비위 제공
조 열사는 명동성당청년단체연합회 소속 가톨릭민속연구회(가민연) 회장으로서 1988년 5월15일 명동성당에서 ‘88서울올림픽 남북공동 개최를 위한 마라톤 대회’를 열었고, 출발 신호 직후 홀로 교육관 옥상으로 올라가 ‘군사정권 반대, 양심수 석방, 한반도 통일,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외치며 23살의 짧은 생을 마쳤다.
이처럼 각별한 인연으로 해마다 5월15일 조성만 추모연미사를 올려온 문 신부는 지난 3월부터 문정현 신부와 유족들과 의논해 지난 5월 전주에서 조성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꽃심순례포럼’에서 기념사업회 창립을 공식 제안했다. 그 자리에서 8명으로 준비위를 꾸려 6월10일 조 열사의 국민훈장 모란장 추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창립 작업에 나섰다.
창립 발족식에서는 매해 5월15일 조성만기념일 행사, 기념비와 조형물 건립, 학술·문화·교육 사업, ‘조성만 청년평화상’ 제정, 장학사업, 조성만의 길 조성, 기념관 건립 운영 등 다양한 추모사업을 결의할 예정이다.
발기인 참여링크(https://forms.gle/1MdHfygQPChneGqG7), 후원계좌(농협 301-0294-5816-11 조성만기념사업회).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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