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동아일보> 1면에 실린 창간 101주년 기념 안내글 일부.
1일은 <동아일보>가 태어난 지 101주년을 맞은 날이다. 이날 <동아일보>는 ‘창간 101주년’ 생일을 맞아 100면에 달하는 신문을 발행했다. 하지만 100쪽 어디에서도 친일·친독재를 일삼은 과거사 반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동아일보>에서 쫓겨난 뒤 언론개혁 운동에 앞장서온 언론인들이 오늘도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동아일보>의 자성을 촉구하는 이유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와 자유언론실천재단, ‘조선 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시민행동)은 이날 <동아일보> 창간 101년, 동아투위 결성 46주년 맞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아투위는 1975년 <동아일보>가 박정희 정권 중앙정보부의 ‘광고 탄압’을 겪으면서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피디 등 언론인들 수백명을 무더기로 해임한 뒤 결성됐다.
이들이 이날 발표한 공동 성명의 제목은 “한국 언론 현실을 통탄한다”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언론의 고삐를 쥐고 있던 폭압적 정치권력이 물러난 뒤, 지금 우리 언론은 정치권력의 억압에서 벗어나 거의 완벽에 가까운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 땅의 전통 언론들이 누리는 언론자유는 자본권력 홀로 향유하는 자유일 뿐, 독자나 시청자들에겐 오히려 독이 되는 자유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이 땅의 대다수 레거시 미디어들(신문·방송 등을 의미)은 민중의 삶이나 민족의 장래를 말하기보다는 그들이 속한 기득권층, 가진 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편파와 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들은 자유를 누리는 만큼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최소한의 균형 감각마저 잃은 채 한쪽 편에 서서 끊임없는 선동을 일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1일 동아투위, 자유언론실천재단, 공동행동이 연 기자회견 모습. 유튜브 갈무리
이들은 “독자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진실보다 거짓을, 정론보다 선정적 보도를 기꺼이 선택하고, 까닭없는 정파적 증오심을 부채질”하는 언론을 가리켜 “사이비언론”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렇게 뒤틀린 레거시 미디어, 사이비언론의 맨 앞줄에 지난 101년 동안 민족지를 자처해온 <동아>와 <조선>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아> <조선>이 친일 행각을 벌여놓고도 해방 뒤 사죄 없이 복간한 점, 군부독재 시절 독재자들에게 낯 뜨거운 찬사와 격려를 보낸 점 등을 짚었다. 이들은 “동아와 조선은 선출되지 않은 막강한 권력이 되어 온갖 선동질로 반민주, 반민중, 반통일, 반평화의 억압을 쌓아가고 있다”며 “사이비언론을 바로잡자”고 촉구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이 발간한 <동아평전>과 <조선평전>.
이날 기자회견은 <동아>와 <조선>의 100년사를 다룬 책 <동아평전> <조선평전>(자유언론실천재단, 각 1만8000원)의 출간기념회를 겸해 진행됐다. 두 책의 지은이는 손석춘 건국대 교수다. <조선> <동아>의 일제강점기 창간 때부터 창간 100년을 맞은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조선> <동아>가 한국 근현대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석춘 교수는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론 자본의 문제가 빠져 있다. 신문사 사주, 방송사 사주 등의 언론 자본 문제가 여전히 중요한데도 최근 언론개혁 운동에서는 이러한 자본에 대한 논의가 많이 약화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동아>와 <조선>의 지난 100년을 살펴보면 언론자본, 신문사주의 문제가 왜 심각한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투위를 낳은 동아일보사는 원래 ‘언론 명가’였다. 그런 동아가 철저히 몰락하는 과정에는 신문사주, 언론 자본의 문제가 깔려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었다”며 “두 신문이 한국 사회에서 풀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왜곡시켜왔는지, 그 결과 민중의 삶이 어떻게 뒤틀렸는지에 대한 말씀을 (책을 통해) 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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