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3월7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하러 나온 김재철 당시 문화방송 사장. 탁기형 기자
김재철 전 <문화방송>(MBC) 사장의 노조 탄압 혐의가 최종심에서 유죄로 유지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11일 김 전 사장과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도 김 전 사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10~2013년 문화방송 사장 재임 시절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과 함께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인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는 등 ‘방송장악’을 공모하고, 문화방송 노조원들을 직무현장에서 배제하거나 노조원들에게 불리한 인사평가를 해 노조 탈퇴를 유도한 ‘노조탄압’을 시도한 혐의로 2017년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이러한 혐의 가운데 노조탄압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무죄를 선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노조)는 12일 낸 성명에서 “이로써 김재철은 노조파괴범으로 확정됐다”며 “부당해고. 묻지 마 징계. 유배지 등 김재철은 지속적인 노동탄압을 통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철저히 부역했고 그 대가로 개인의 영달을 누렸다. 김재철을 단죄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비정상의 정상화이다”라고 밝혔다.
김재철 전 사장은 2010년 취임 3개월 만에 ‘낙하산 사장 반대’를 이유로 파업한 이근행 당시 노조위원장을 해고하고 41명을 징계했다. 2012년 170일 파업 전후로는 해고 8명을 포함한 200여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이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지시해 만들어진 ‘엠비시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2010년 3월 작성)에 “이근행 노조위원장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사법처리” 등 노조 핵심 간부들을 퇴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김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노조탄압 구상을 대부분 실현한 셈이다.
문건에는 또 김미화·김여진씨 등 국정원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인들을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각각 진행과 고정 출연을 맡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국정원장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로 볼 수 있으나 국정원의 직무권한에 해당하는 행위는 아니”라고 밝혔다. 직권남용은 아니라는 의미다. 검찰은 원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사장의 출연자 퇴진 압박에 대해 ‘업무방해죄’도 적용했지만, 1심 재판부는 제작진 인사조치나 징계, 출연 계약 해지 등은 ‘위력’ 행사 없이 기존 원칙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봤다.
문화방송 노조는 12일 성명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재철이 공모한 공영방송 장악 공작에 대한 무죄 판단은 상식과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방송장악은 국정원장의 직무가 아니므로 남용할 직권이 없다는 법의 형식 논리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에 비판적인 제작진과 출연진을 부당하게 배제시킨 건 방송 독립과 자유를 침해한 위법임을 재판부도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이번 판결이 공영방송 파괴 행적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밝혀둔다”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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