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방통위의 ‘지상파 구출작전’…공공성·다양성 강화엔 물음표

등록 2021-01-20 04:59수정 2021-01-20 07:49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방안 논란]
종편·PP 등에 밀린 지상파 위해
중간광고·간접광고 등 규제 풀고
오락프로 제한 ‘50%→60%’ 완화

명분은 “방송의 공적 가치 구현”
방향은 ‘자본종속과 교양 축소’
공영·유료방송 동질화 우려 커져

시청자에게 방송 프로그램은 ‘공짜’가 아니다. 이용료(수신료·구독료)를 내거나 광고를 봐야 한다. 둘 다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시청자가 봐야 하는 광고의 시간과 종류가 늘어난다면? 설명이 필요하다. 왜 이 시점인지, 무엇을 위한 변화인지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발표한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방안’을 둘러싸고 언론시민단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라는 단편만 부각해 방송사업자 간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지만, 문제의 핵심은 방통위가 정책 추진 명분으로 내세운 “방송의 공적 가치 구현의 지속가능한 토대 마련”과 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어긋나는 데 있다. 지난 13일 방통위가 공개한 정책 추진안은 방송광고·편성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다. 중간광고 허용 사업자 범위를 확대하고, 프로그램 제목에 광고주와 상품 광고를 금지하는 규제를 푼다. 가상광고·간접광고의 품목과 형식, 장르 규제도 완화한다. 공공성 보장을 위해 촘촘한 규제망을 둔 현행 방송법의 광고 규제 체계를 ‘원칙허용·예외금지’(네거티브 규제 원칙)로 바꾸는 안도 추진한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사업자가 발 빠르게 대응하며 새로운 유형의 광고를 손쉽게 실험할 수 있도록 규제의 빗장을 열겠다는 것이다. 대신 방통위는 “규제 혁신에 상응하는 명확한 사후 규제 체계를 마련하겠다”며 규제 위반 시 제재 강화, 시청자 영향 평가 실시, 각 방송사 시청자위원회 권한 강화 등을 시청자 권익 보호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언론시민단체와 방송업계는 과거 지상파 독과점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규제의 혁신을 촉구해왔다. 방송시장은 이명박 정부 때 시장 상황을 무시한 채 도입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비롯해 씨제이(CJ) 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통신 3사의 인터넷텔레비전(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 우위로 재편됐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도 일상화됐다. 방송의 공적 책무가 큰 공·민영 지상파 방송은 2016년을 기점으로 매출·영업이익률이 급속히 하락하면서, 2017년부터는 핵심 재원인 방송광고 매출에서 종편 등을 포함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밀리기 시작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14일 낸 성명에서 “(방통위 정책안에서) 그동안 계속 지적된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비대칭 규제 해소 추진 등은 긍정적 방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상파 구출작전’ 시도 자체가 아닌 지상파를 ‘왜’ 구하려고 했는가에 대한 고민 부족이다. 정수경 민언련 정책위원은 “(방통위는 지상파에) 긴급 수혈이 필요하니 규제를 푼다는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지상파가 담보해온 핵심 가치인 공공성·다양성을 대폭 축소할 수 있는 방향이라는 점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정 위원은 “(방통위에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때) 예를 들어 ‘런닝맨’ 대신 ‘나이키 런닝맨’ 같은 식으로 제목을 붙이면 시청자가 방송이 자본에 종속된 것으로 볼 수 있어 특히 ‘제목 광고의 규제 완화’는 위험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현재 오락프로그램 편성을 전체 방송의 50% 이하로 규제한 것을 60% 이하로 완화하는 안에 대해서도 ‘교양프로그램의 주변화’와 ‘외주제작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독립제작사 관계자는 “방송사에 교양프로그램 1개만 납품하는 제작사가 90% 이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휴방·재방이 늘면서 제작사들의 고통이 심했는데, 외주제작시장 공정거래에 대한 정부 대책은 더딘 상황에서 방송사 규제만 풀어주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공영방송이 유료방송과 차별화하는 데 실패하면서 방송 하향 평준화가 심화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추진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김서중 민언련 상임대표(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5기 방통위가 이달 초 ‘신뢰·성장·포용’의 3대 목표와 12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그다음에 곧바로 방송시장 활성화 방안이 나왔다. ‘신뢰’로 대표되는 방송의 공공성 관련 정책은 추상적인데, 규제 완화는 매우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다. 공공성에 대한 논의 없이는 지상파와 공영방송이 시장에서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수영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 콘텐츠분과장은 “사실 방통위 자체도 개혁 대상”이라며 “방통위 차원에서 다 수행하기 어려운 미디어 공공성 관련 사회적 논의를 이끌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2018년에 중간광고 등 규제 완화에만 집중한 방안을 추진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미디어 생태계 전반을 고려해서 정책안을 만들었다”며 “이번주에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더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