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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공적책무 외면·사회갈등 조장 종편…자극적 ‘타블로이드 방송’ 오명

등록 2020-12-02 04:59수정 2020-12-02 07:59

[종편 개국 9년 평가와 과제]

종편 4사 불법·불공정 난무
회계조작에 잇단 오보·막말

콘텐츠 투자 외면·불균형 편성
지상파에 영향…품질 하향 이끌어

“종편 느슨한 규제 시스템
큰 틀에서 중장기 재검토를”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티브이조선> <채널에이> <제이티비시> <엠비엔> 등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개국한 지 12월로 9년을 맞는다. 당시 이명박 정권은 자신을 지지한 조·중·동·매경 등 보수신문의 방송 진출이 정치적 기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4곳 모두에 종편을 허용했다. 종편은 출발부터 다른 채널과 경쟁 없이 전국 송출망이 가능한 ‘의무편성’ 규정 등 여러 특혜에 힘입어 시장에 쉽게 안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치적 편향, 막말·왜곡·선정성 등 공적 책무와는 거리가 먼 행태로 ‘타블로이드 방송’이라는 비판 속에 방송시장의 질적 하향화를 이끌고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 혐오 조장하며 사회 갈등 심화
종편은 시청률과 방송 매출 등 각종 지표에서 꾸준한 성장세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 6월 공표한 ‘2019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을 보면, 종편 4사 방송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10억원 늘어 8228억원으로 나타났다. 제이티비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증가세다. 광고 매출도 출발 첫해 700억원에서 4000억원대로 뛰며 광고시장 비중이 2.0%에서 지난해 13.5%로 상승했다. 지상파가 종편 출범 이후 광고시장에서 비중이 2010년 66.3%에서 지난해 36.7%로 반토막 난 것과 대조적이다. 종편으로 광고가 흘러가면서 지상파 광고 매출액도 2010년엔 2조2100억원대였으나 지난해 1조999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객관적 지표는 시장에 안착한 모양새지만, 종편은 공적 책임과 콘텐츠 투자 외면, 불균형한 편성 등 저널리즘 책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혁남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종편의 가장 큰 문제는 공익적 차원에서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 건강 정보를 핑계 삼아 뒷광고를 받는 등 수익 추구에만 혈안이 돼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며 보수 언론에 대한 정치적 배려 차원에서 출범시킨 종편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언론개혁 차원에서 근본적 물음을 던져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종편이 전체 방송시장의 콘텐츠 품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미희 사무처장은 “지난 10년 가까이 살펴본 결과, 종편은 막말·편파·오보·왜곡 등 방송 품질이 낙제점이다. 선정적 콘텐츠와 보도 연성화는 지상파에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적으로 수준 하향을 이끌고 있다”고 질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2016년부터 올 11월까지 방송심의 제재 결과를 보면, 티브이조선은 법정 제재 32건, 행정지도 239건으로 모두 271건을 받아 방송사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채널에이는 총 170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신 처장은 “막말을 일삼는 출연자 위주의 종편 시사 대담 프로그램 포맷, 시청자를 기만하는 홈쇼핑 연계편성은 종편에서 출발했는데, 결국 지상파까지 확대됐다. 트로트 열풍도 티브이조선이 터뜨렸으나 지상파가 줄줄이 따라 하는 등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고 짚었다.

정치적 산물로 출발한 종편이 정치 혐오를 조장하며 사회 갈등을 심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언론학)는 “종편 탄생은 정권에 유리한 방송 만들기라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보수 목소리를 대변하더라도 최소한 사실에 기반해야 하는데 정치적 지향이 다르면 혐오와 차별, 인권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동적 발언으로 여론몰이를 하며 사회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불법·불공정에도 손놓은 정부

종편은 공적 책무 외면으로 ‘불법·불공정 방송’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엠비엔은 최초 출범 때부터 임직원 차명거래를 통한 자본금 편법 충당과 이를 속이기 위한 회계조작 등 허위와 불법으로 인가를 받은 것이 드러나 지난 7월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방통위는 6개월 유예 조건을 단 ‘6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에 그쳤다. 지난주 재승인 심의에서도 17가지 조건을 달아 통과시켜 또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채널에이는 취재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여권 인사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취재원을 겁박해 취재윤리 위반과 ‘검·언 유착’ 의혹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지난 4월 채널에이의 재승인을 의결하며 수사 결과 등을 통해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재승인을 취소하는 ‘철회권 유보’ 조건을 달았다.

티브이조선 역시 지난 4월 재승인 심사에서 ‘공적 책임, 공정성’ 부문이 기준점수에 미달했으나 ‘매년 오보·막말·편파 방송 관련 법정제재를 5건 이하로 유지할 것’ 등을 조건으로 3년 연장 결정을 받았다. 이 방송은 객관성 위반 등의 사유로 이미 올해 법정제재가 6건에 달했으나 3건에 대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최종 판결까지는 제재 건수에서 제외되는 맹점을 악용한 것으로 규제 당국의 처분을 무력화하는 시도에 재승인 조건의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제이티비시는 이번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점수는 넘겼지만, 보도본부 기자 대부분이 <중앙일보> 소속인 것으로 드러나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100% 가까운 인력이 파견 형태로, 업무대행 계약을 하고 있어서 파견법 등 법령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의무송출 특혜 환수해도 채널 못 빼
이명박 정부가 종편에 베풀었던 특혜는 의무송출과 지상파 근처의 황금 채널, 직접 광고영업과 다를 바 없는 1사 1미디어렙 등이다. 방통위는 이들이 시장에서 안착했다는 판단에 따라 지상파와의 비대칭 규제 해소를 위해 지난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우선 의무송출제도를 환수했다. 하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한 에스오(SO·유료방송사업자) 관계자는 “종편은 여러 특혜를 받아 콘텐츠 파워가 커졌다. 이제 와서 공정 경쟁을 유도해도 종편 채널을 뺄 수가 없다. 재송신 관련 수신료 협상으로 해마다 지상파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의무송출에서 벗어난 종편마저 수신료 인상을 압박해 플랫폼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종편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풀기 위해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까지 고려한 총체적인 방송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항제 부산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종편은 정치 만담 등 선정적·자극적 내용을 앞세운 ‘타블로이드 티브이’다. 대부분 콘텐츠 투자도 취약하다. 종편 등장 뒤 방송시장이 커진 것이 아니라 파편화했다. 촘촘한 규제를 하는 지상파와 달리 종편엔 느슨한 대응을 하고 있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지만 방송의 품격을 올릴 수 있도록 큰 틀에서 방송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바로가기: ‘한지붕’ 신문-방송, 현안 주고받으며 여론몰이 심각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9724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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