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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방통위, ‘자격 미달’ MBN에 조건부 재승인

등록 2020-11-27 19:43수정 2020-11-28 02:32

법령 등 준수 연속 과락인데도
공모제 통한 대표이사 선임 등
17가지 조건 걸어 3년 연장해줘

자본금 불법 충당 ‘업무정지’ 이어
솜방망이 결정에 방통위 무용론도
“방송 공익성 비춰 승인 취소해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종합편성채널 엠비엔과 제이티비시 재승인을 심의 의결했다. 방통위 제공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종합편성채널 엠비엔과 제이티비시 재승인을 심의 의결했다. 방통위 제공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기준점수에 미달한 종합편성채널(종편) <엠비엔>(MBN)에 대해 방송의 공적 책임 준수 등 17가지 조건을 달아 재승인을 허용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자본금 불법 충당 등 명백한 위법 행위에도 승인 취소 대신 ‘6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내린 데 이어 ‘무자격 불법 방송’에 또 재승인을 내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는 27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오는 30일 승인 유효기간이 끝나는 <제이티비시>(JTBC)와 엠비엔에 대해 재승인 여부를 심의한 뒤 의결했다. 앞서 지난 3일부터 나흘간 진행한 재승인 심사에서 엠비엔은 심사평가 총점 1000점 가운데 640.50점을 받아 기준점수인 650점에 미달했다. 제이티비시는 714.89점이었다. 엠비엔은 개별 심사 사항인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의 이행 및 방송 법령 등 준수 여부’(100점)에서 2017년 37.06점에 이어 이번에도 45.04점을 받아 연속 과락했다. 재승인 평가점수는 방송·미디어, 법률, 경영, 기술, 시청자 등 5개 분야 전문가 13명으로 이뤄진 심사위원회가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과 ‘프로그램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 등을 중점 심사한 결과다.

방통위는 이날 “엠비엔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방안을 포함한 경영 투명성 방안 및 외주 상생 방안 등의 추가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인 점과 재승인 거부 때 시청자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 고려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엠비엔의 승인 유효기간은 12월부터 2023년 11월30일까지 3년이며, 제이티비시는 2025년까지 5년이다. 방통위는 엠비엔의 승인 기간을 짧게 한 것뿐 아니라 17가지 조건과 5가지 권고사항을 부여했다. 지난 4월 <티브이조선>(11가지 조건, 8가지 권고사항)과 <채널에이>(13가지 조건, 4가지 권고사항)보다 조건이 더 많다. 이들 종편에 부과했던 ‘법정제재 연간 5건 이하 유지’ 등과 함께, 지난 10월 말 ‘6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에 따른 피해에 대해 최대주주가 경제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과 최대주주가 방송사 운영 및 내부 인사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경영혁신 방안을 종사자 대표 및 외부기관의 경영컨설팅 결과를 반영하여 마련하도록 하는 조건 등을 추가했다. 또 공모제도를 통해 대표이사를 선임하되 종사자 대표를 심사위원회에 포함하고, 사외이사 선임 때 시청자위원회가 추천하는 자를 포함하라는 조건도 들어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엠비엔 조건부 재승인은 추가 개선계획으로 이행 의지를 밝힌 것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책임 있는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241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 관계자는 이날 방통위 결정에 대해 “애초부터 불법 방송을 한 엠비엔은 승인을 취소해야 했다. 6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 결과에 방통위 무용론이 떠오른 가운데 기준점수 이하로 나온 방송을 재승인 허용한 것은 방통위가 법에 보장된 역할을 계속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 횟수를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혁남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기준점수가 미달인데도 언제까지 조건부 승인을 해야 하느냐. 심사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다른 분야와 달리 공익적 책무가 강조되는 방송은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하는데 정치적 고려가 되풀이되다 보니 방송사들도 위험성을 절감하지 않은 채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고 있다”며 “법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조건부 재승인 횟수를 제한하는 등 좀 더 강한 경고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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