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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중복·사각지대·불협화음’ 미디어정책…“방송통신기구 통합 논의 절실”

등록 2020-11-17 17:50수정 2020-11-18 02:07

방통위·과기부·문체부 등 흩어져
인허가·규제 놓고 번번이 엇박자
“미디어 상황 급변…단일 부처 시급”
“기구통합 공론화, 지금이 적기”

미디어정책을 관할하는 권한과 책임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등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어 불협화음을 양산하고 미디어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오티티(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의 대두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법제 정비와 함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독립적인 통합기구의 설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처 이견 속 정책 실종…중복 혹은 사각지대도
2000년 이후 방송정책은 방송위원회, 통신정책은 정보통신부가 맡았으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며 방송-통신 융합 추세를 반영해 이를 포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규제와 진흥 정책을 함께 맡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부)를 띄워 통신과 방송기술, 아이피티브이(IPTV)·케이블방송·홈쇼핑 등 유료방송의 관할권을 방통위에서 분리해 두 부처로 이원화했다. 방통위는 지상파 등 공영방송과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관련 인허가 및 규제 정책을, 문체부는 방송콘텐츠와 외주제작 등 영상산업 진흥을 맡게 됐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도 관련 장치 생산 및 개발에 관여하고, 내용 규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하는 등 정책 기능이 분산·파편화됐다. 이에 따라 어떤 업무는 중복되고, 어떤 업무엔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등 총체적 정책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이런 문제점에 공감해 개선 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방송통신기구 재편은 무산됐다.

과기부-방통위 이원화에 따른 불협화음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충북방송>(CCS) 재허가 거부다. 유료방송 재허가 심사는 과기부 소관이지만, 방송법에 따라 방통위의 사전동의가 필요하다. 과기부는 2년 전 이 방송에 대한 재허가 심사에서 기준점수를 넘겼다며 조건부 재허가 의견을 냈으나 방통위는 대주주의 공적 책무 이행 부족과 경영 투명성 조건 이행 미흡 등을 이유로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 밖에도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의 33.3%를 넘지 못하게 한 합산 규제를 둘러싼 엇박자나 지상파 재송신, 주파수 할당, 미디어 교육 등도 부처 간 이견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실무협의체를 꾸려 협업에 나서고 있지만 갈등이 잇따라 정책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부처 간 관할권 다툼이 그치지 않고, 국회가 이를 외면하면서 정책 의제 자체가 완전히 멈춘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디어 분야는 개혁을 필요로 하는 법 개정 사안이 많다. 아이피티브이,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방송이냐 아니냐 논란이 이는 등 오래된 방송법으론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가기 어렵다. 통합매체규제위원회 등 단일 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언론개혁을 위한 ‘미디어혁신위원회’ 구성을 제안해온 시민사회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미디어시민넷)도 미디어정책기구 분산이 비효율성은 물론 시청자·이용자 권리 축소로 이어진다는 부정 평가를 내놓았다. 이 단체의 제도 분과를 주도한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미디어정책이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방송법에선 시청자 권리를 강조했지만 이용자 의견은 뒤 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방통위, 과기부, 문체부 등으로 분산된 권한을 통합해 시민커뮤니케이션 권리를 보장하는 미디어정책기구로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 정부서 조직개편 하려면 지금이 공론화 적기
지난해 사퇴한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도 이원화된 방송통신정책으로 업무 효율성과 일관성이 떨어져 정책이 표류할 수 있다며 재임 중 줄곧 일원화를 강조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책 관장 기관이 분산돼 있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부재하다며 지난 4월 총선에서 미디어 공약으로 ‘미디어 콘텐츠 진흥을 위한 기구 통합 및 법제 일원화’를 내세웠다. 아직 별다른 진전이 있는 것은 아니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간사인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부응하는 큰 틀에서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시민사회에서 제안한 미디어혁신기구를 어떻게 구성할지를 포함해 미디어정책기구 통합 여부 등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용심의를 하는 방심위의 법적 지위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흩어져 있는 오티티 업무를 어디서 관장할지도 과제다. 김희경 성균관대 교수는 “영국 방송통신 규제 기관인 오프콤이 내용심의를 하는 자율규제기구를 합쳐 사각지대였던 오티티 규제에 나섰다. 방통위와 과기부가 일원화된다면 방심위도 통합기구에 포함돼야 한다. 방심위는 내용심의 권한만 있고 행정처분 권한이 없어서 역할과 기능에 문제점이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가짜뉴스에 대해 공공·공익을 위한 체계적인 규제 기관 심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책 부처가 분산돼 있어도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미디어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가 엇갈린 사안을 둘러싼 발목잡기 등 부처 간 다툼으로 혼선이 심화함에 따라 다음 정부에서 조직개편을 통해 통합하려면 지금이 의제를 거론할 적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레거시 미디어 시장은 침체되는 가운데 오티티만 유일하게 성장세다. 헤게모니가 바뀌는 상황에서 지금 의제를 던질 시점이다. 내년 지자체 보궐 선거에 이어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의제가 많아 제대로 된 논의를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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