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여성으로 이번 미국 연방 하원의원에 처음 진출한 메릴린 스트릭랜드에 대해 김창준 전 의원이 <에스비에스>와의 인터뷰에서 순종이 아니라며 아쉽다는 발언을 했다. 화면 갈무리.
<에스비에스>(SBS)가 이번 미국 선거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한국계 여성 메릴린 스트릭랜드의 소식을 전하면서 ‘100% 한국사람, 순종’이 아니라는 인종주의적 표현을 그대로 내보내 비판을 사고 있다.
에스비에스는 5일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민주당 소속 한국계 미국인 메릴린 스트릭랜드 당선과 앤디 김 재선과 관련해 한국계로서 가장 먼저 연방의회에 진출했던 김창준 전 공화당 하원의원과 인터뷰를 했다. 진행자가 “후배 한국 연방 하원의원들이 탄생했는데 기분이 어떠냐”고 질문하자 김 전 의원은 “여자분은 100% 한국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남편이 흑인이고, 또 한 친구(앤디 김)는 부인이 아랍계통이고 애들도 그렇고 한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이런 것은 약간 좀 저거지만 그래도 한국사람이라면 반갑다. 물론 기분이 좋지만 ‘한국계’는 섭섭하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예예,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요즘 세상에”라며 막으려 했으나 김 전 의원은 “100% 한국사람이면 더욱 좋겠는데, 순종, 순종 저 같은 순종이면 하하”라며 계속 ‘순종’을 강조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순자’라는 한글 이름을 가진 스트릭랜드 당선인은 어머니가 한국인, 아버지는 주한미군으로, 어릴 때 미국에 이민 간 이주민 1세대다. 이번에 한국계 여성으론 처음으로 워싱턴주에서 하원의원이 되었다. 터코마 시의원을 거쳐 2010년 터코마 시장에 당선돼 8년간 일했고, “내 이름은 순자”라며 한국인 정체성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소셜미디어에선 “에스비에스 간도 크다. 편집도 안 하고 그대로 올려놨다”며 인종주의적 발언을 한 김창준 전 의원뿐 아니라 이를 그대로 내보낸 에스비에스에 대한 비판 글이 쏟아졌다.
에스비에스는 파장이 커지자 6일 오후 <뉴스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두 차례 사과 표명을 했다. 뉴스브리핑은 “김창준 전 의원이 피부색을 놓고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지적들이 들어오고 있다. 생방송이다 보니 여과 없이 노출이 됐는데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며 “뉴스브리핑은 김 전 의원의 인식과 표현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마무리 발언 때도 “부적절한 표현을 걸러내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김창준 전 의원도 이날 <한겨레>에 “후배들이 나와 진심으로 기뻤는데 사려깊지 못한 말실수를 인정한다”며 이메일로 사과문을 보내왔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60년간 미국생활을 하다보니 단어의 뉘앙스를 잘 파악하지 못해 적절하지 못한 단어 표현을 한 데에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