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외할머니가 이도현에게 주는 글
생후 16개월째인 이도현 아기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놀이터나 공원 걷기를 좋아한다.
두 남매 키울 땐 그저 빨리 자라기만
자신을 잘 알고 세상과도 잘 지내렴 간밤에 몰아치던 바람은 어디로 갔을까. 퍼붓던 빗줄기는 이제쯤은 바다에 닿았으려나. 모처럼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떼가 뜯어먹기 좋은 솜사탕처럼 뭉게뭉게 한가득이다. 코로나로 내내 집 안에 갇혀 있던 ‘아가야’를 데리고 모처럼 산책을 나갔다. 첫 발을 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제법 잘 걷는다. 콧바람이 들어가 좋은지, 구경거리가 많아 신이 난 건지, 아가야 입술에서는 뜻 모를 소리가 연신 새어나온다. “아, 오, 오옹” 때마침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째잭’ 화답한다. 아가야가 할 줄 아는 단어는 맘마, 엄마 그리고 째잭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말이 다 통한다. 오른손 둘째손가락을 펴서 가리키거나, 다가와 손을 잡아끌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데를 간다. 할미인 나는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는데, 아가야의 시선은 온통 땅바닥이다. 나뭇가지를 발견했다. 아무도 가르쳐준 적이 없건만 바닥을 두드려 마찰음을 내다가 쓱싹쓱싹 쓸어본다. 마른 나뭇잎 하나가 ‘또르륵’ 굴러온다. 손으로 집어 바닥에 두드려보다가, 이번에는 발로 밟아본다. 한 번 더, 한 번 더, 발바닥의 감촉에 집중한다. 이번에는 꽃잎이다. 몇 개의 송이를 내 손 위에 올려놓다가 손가락에 물이 든 것을 보더니 힘을 준다. 순식간에 잎은 흔적이 없고 엄지와 검지가 빨갛다. 아파트 입구 출입문이 열리고 할머니 한 분이 나오다 아가야를 보고 발을 동동 구른다. 아이 앞에서는 어떤 어른도 발을 동동 구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귀여워라, 몇 개월이예요.” 마치 알아들은 듯 아가야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제자리를 한 바퀴 돈다. 기분이 좋거나 만족스러울 때 하는 행동이다. 아이들은 또 어떻게 아는 걸까,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지난 6월 이도현 아기 첫돌 때 가족 사진이다. 왼쪽부터 외삼촌 노휘래, 외할아버지 노승기 화가, 엄마 노이경, 이도현, 아빠 이재원, 외할머니 장진영 작가.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2돌이 지나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또는 cshim777@gmail.com)
연재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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