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프로그램 2·3부로 나누어
그 사이 ‘분리편성 광고’ 끼워넣어
예능·드라마서 보도·시사 확산
시청권 훼손에 공정성 논란까지
시민단체 “꼼수 말고 근본 대책을”
전문가 “매체 신뢰도 추락 가능성”
방송사는 “경영난 위기 자구책”
종편·유튜브 등 뉴미디어 시대에
지상파만 낡은 법제로 규제 항변
방통위도 중간광고 허용 적극 검토
의견수렴 나섰지만 반대 만만찮아
본격 공론화로 해법 찾자는데 무게
그 사이 ‘분리편성 광고’ 끼워넣어
예능·드라마서 보도·시사 확산
시청권 훼손에 공정성 논란까지
시민단체 “꼼수 말고 근본 대책을”
전문가 “매체 신뢰도 추락 가능성”
방송사는 “경영난 위기 자구책”
종편·유튜브 등 뉴미디어 시대에
지상파만 낡은 법제로 규제 항변
방통위도 중간광고 허용 적극 검토
의견수렴 나섰지만 반대 만만찮아
본격 공론화로 해법 찾자는데 무게
중간광고가 금지된 지상파 방송들이 한 프로그램을 2, 3부로 쪼개 그 사이에 광고를 넣는 ‘분리편성 광고’(일명 피시엠·PCM)를 예능·드라마뿐 아니라 보도·시사 프로그램에까지 확대 도입하고 있다. 방송사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행태가 시청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뉴스의 공정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법적 맹점을 이용한 ‘꼼수 중간광고’ 확산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에스비에스(SBS) 간판 뉴스인 <8뉴스>는 지난달 21일부터 뉴스를 1, 2부로 나눠 2부 시작 전 분리편성 광고를 도입했다. 이어 대표적 시사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도 26일부터 이를 적용했다.
에스비에스는 이번 개편을 앞두고 “<8뉴스>를 기존 55분에서 70분으로 확대 편성한다”며 “그날 발생 뉴스를 다루는 1부와 탐사보도 중심의 2부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개편 이후 2주간 <8뉴스>의 보도 건수를 살펴보니, 28건 안팎으로 개편 전 30건과 비슷했으며, 본격적인 심층보도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방송 시간도 저녁 7시50분에 시작해 8시50분에 끝나 실제로는 60분에 불과했다.
메인 뉴스를 1, 2부로 분리편성한 뒤 중간에 광고를 넣은 것이 에스비에스가 처음은 아니다. 중간광고가 허용된 종합편성채널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은 손석희 사장이 앵커를 맡았던 때부터 이를 적용해왔으며, 지상파 중에는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6월 개편 때 분리편성 광고를 도입한 바 있다.
2016년 시작한 분리편성 광고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확산 추세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 4월 지상파 예능과 드라마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한 결과, 지상파 방송사의 분리편성 프로그램은 모두 49편이었다. 3부까지 쪼갠 <미운 우리 새끼> 등 에스비에스가 18편으로 가장 많았으며, 문화방송 17편, 한국방송 2텔레비전 13편, 교육방송 1편 차례였다.
방통위는 지상파의 분리편성 광고 형식이 법률 위반은 아니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법상 프로그램을 분리하는 것은 편성권의 행사로 볼 수 있다”며 “과도한 피시엠으로 시청권 침해가 있는지, 기존 광고 법규를 위반했는지 등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파들이 프로그램 분리편성에 집착하는 것은 중간광고 허용이 좌절된 데서 출발한다. 종편과 케이블 등 유료방송은 중간광고가 가능하나 지상파는 1973년 이후 금지됐다. 방송법 시행령(59조)에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중간광고는 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종편 출범과 유튜브 등 뉴미디어 출현에 따라 광고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지상파들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내세워 유료방송이 하고 있는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해왔다.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는데도 지상파만 낡은 법제에 묶인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항변이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지상파는 종편 등 타 매체보다 현저하게 불리한 광고 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피시엠’이라는 프리미엄 광고를 도입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분리편성 광고는 시청자 집중도가 높아 일반광고보다 1.5~2배 정도 단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들은 지상파의 피시엠 확대가 콘텐츠 경쟁력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광고 수익을 겨냥한 꼼수이기에 시청자의 시청 흐름을 방해한다고 비판한다. 에스비에스의 이번 개편을 두고 문화연대·서울와이엠시에이(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등은 “이렇게 꼼수를 부릴 게 아니라 방송 재원구조를 새롭게 바꾸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에 나서라”며 “편법 중간광고 도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디어 전문가들 역시 보도·시사 부문까지 유사 중간광고가 침투한 것이 결국 보도의 공정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진로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메인 뉴스에서조차 광고수익 정책을 강화하면 저널리즘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초기엔 광고가 뉴스 내용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광고를 하는 기업에 대한 보도가 상충할 때 비판적 보도가 어려워질 수 있다. 기자들도 자기 검열로 위축 효과가 내면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렇게 편법 광고가 난무하며 시청자 불만이 커진 현실을 고려해 본격적인 공론화로 해법을 찾자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상파 중간광고에 대해 개인적으로 계속 반대해왔지만, 더 이상의 편법은 막아야 한다. 종합적 대책 마련을 위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더라도 시사보도와 어린이·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등에선 금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방송광고의 상업적 메시지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기 쉬운 이 프로그램들은 중간광고를 금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도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미 2018년 12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 수렴에 나선 바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방송광고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방송법 시행령 입법예고 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시기를 못박을 수 없지만 올해 안 추진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예능·드라마 넘어 보도·시사까지 점차 확산세
시청권·공정성 훼손 대 수익성 타개 위해 동일 규제를
“적극적 공론화 필요”…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안 입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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