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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MBN 퇴출” 목청 속…결단의 시간 다가오는 방통위

등록 2020-09-09 04:59수정 2020-09-09 08:08

11월 재승인 심사 앞 의견 접수
자본금 편법 충당·회계조작 유죄
방송법엔 “부정한 방법땐 승인 취소”
고용문제 감안 업무정지 등도 고려
콘텐츠·부동산 사업 분할 논란도

종합편성채널(종편) <엠비엔>(MBN)의 11월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시청자 의견 접수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 개국 이후 세번째 재승인 심사다. 재승인 심사에 앞서 부정한 방법으로 종편 인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엠비엔에 방통위가 어떤 행정처분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 방통위, 승인취소 여부 법률 자문 진행

엠비엔은 2011년 종합편성채널로 최초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자본금 차명 충당과 회계 조작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최소 납입 자본금 3천억원의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600여억원의 금융 대출을 받아 임직원 명의로 불법 충당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회계를 조작해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속인 채 2014년과 2017년 두차례나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

<한겨레>가 지난해 8월 ‘엠비엔의 자본금 불법 충당 의혹’을 보도한 뒤 방통위도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엠비엔을 검찰에 고발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법률·회계 검토를 거친 뒤 승인취소 여부 등 방송법에 따른 최종 행정처분을 전체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년 가까이 시간을 끌며 조사를 끝낸 방통위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검토하며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엠비엔 승인 취소 여부가 지난달 말 출범한 5기 방통위의 첫번째 핵심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차중호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은 “그동안 차명 관련 조사 등을 했다. 법률 자문을 진행하는 중이며, 위원회에 언제 안건 상정을 할지 등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복수의 법무법인에 의뢰한 ‘승인취소 여부’에 대한 자문 결과, 최초 행위가 불법이고 계속 속였기 때문에 ‘승인취소가 가능하다’는 견해와 방송 개시 뒤 이미 두차례나 재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이에 따라 조언을 받는 법무법인의 수를 늘려 추가 의견을 받았다. 이젠 방통위 최종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방통위는 어떤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을까? 첫번째는 승인취소다. 방송법 18조는 “방송사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재승인을 얻었을 때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백한 위법 행위를 한 엠비엔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고용 문제는 물론 엠비엔의 반발에 따른 소송 가능성 등 파장이 간단치 않아 방통위의 고민이 깊다. 승인이 취소되더라도 채널이 바로 폐쇄되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시에 유지명령을 내려 1년 동안 방송 운영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를 전제로 한 사업자 교체를 추진할 수 있다.

두번째는 처벌 수위를 낮춘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다. 또 다른 선택지로는 업무정지 기간 축소나 광고 중단 방안도 있다.

언론시민단체들 사이에선 “불법적인 방법으로 국민을 속여 출범한 방송사는 퇴출해야 한다”며 승인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한상혁 위원장이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흐지부지 넘어가선 안 된다는 주문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신미희 사무처장은 “현행법을 위반한 엠비엔은 당장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 태생 자체가 불법인데 어떻게 방송의 공적 역할을 구현할 수 있는가. 유죄가 밝혀졌으니 원천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 역시 “인허가를 받을 때 허위자료를 내는 부정행위는 흔치 않은 일로 법 원칙으로 보면 국가를 기만한 행위다. 영업 연속성, 고용 승계 등을 전제로 승인취소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엠비엔뿐 아니라 방통위 또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석현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정확한 해법은 승인취소가 맞다. 그러나 이를 검증하지 못한 방통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이번 기회에 다른 종편의 출범 당시 불법적 요소도 짚어야 재승인 심사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 콘텐츠 편향성 비판 속 부동산 부문 분할 논란

공정성·공익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아온 엠비엔의 방송 콘텐츠 역시 논란거리다. 시사프로그램의 막말·편파·왜곡이 이어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 결과, 재승인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법정제재 건수가 올해에만 벌써 3건에 이른다. 보도·교양·오락 등 다양하고 조화로운 편성을 해야 하는 종편의 역할과 달리 시사·대담프로그램 위주의 불균형 편성을 이어가는 점도 비판 지점이다.

일부 프로그램이 건강기능식품을 홍보하고, 같은 시간대 홈쇼핑 채널에서 관련 식품을 판매하는 연계편성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협찬 고지 없는 불법 행태에 시청자 불만이 쏟아진다. 민언련이 방통위에 정보공개 청구해 지난달 발표한 방송사 홈쇼핑 연계편성 실태 조사에서 엠비엔은 4개 프로그램에서 석달에 걸쳐 105회나 연계편성을 해 종편 4사 가운데 1위로 나타났다.

3년 전 엠비엔 재승인 심사 때 심사위원이었던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홈쇼핑 연계편성 건수가 많은 엠비엔은 수익만 좇으며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편성 역시 편향적인 시사프로그램에 쏠려 있고 외주제작사와의 불공정 거래도 심각하다. 방송의 공적 역할과 공정성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규제기관의 꼼꼼한 검증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 속에 엠비엔은 최근 자회사를 세워 부동산 사업을 분할하겠다고 공시해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사쪽은 데스크를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경영 효율을 높이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물적 분할로, 엠비엔은 방송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린다는 취지이므로 행정처분이나 재승인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 쪽은 “방송사가 적자 구조가 될 때 방송 부문은 매각하고 돈 되는 부동산 사업만 챙기려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회사 분할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통위의 심사·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엠비엔 쪽의 문의는 있었지만, 아직 신청 서류는 공식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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