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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현직 정치인의 시사프로 진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록 2020-08-11 14:44수정 2020-08-12 09:28

관행 탈피 색다른 실험 - 신뢰성·공정성 훼손 의견 갈려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등
국회의원·지자체장 일일·임시 진행
소속 정당에 치우친 발언 비판받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8월3일 한국방송(KBS) 1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경래의 최강시사> 진행을 맡았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8월3일 한국방송(KBS) 1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경래의 최강시사> 진행을 맡았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벤트성의 새로운 실험이냐, 방송의 공정성 훼손이냐.

방송사들이 휴가철을 맞아 사회 현안과 정치 이슈를 다루는 시사프로그램에 현직 정치인을 특별 진행자로 잇따라 내세우면서 격론에 휩싸였다.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종편 채널에이(A)의 <김진의 돌직구쇼>, 한국방송(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진행자 휴가 기간에 현역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정치인이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언론사들은 관행을 탈피한 시도라고 주장하지만 언론단체와 학계에선 정당을 대변하는 이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은 공정성과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 선출직 정치인 방송 진행 논란 <김경래의 최강시사>는 지난 3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행에 나섰다. 이날 주요 이슈는 행정수도 이전과 임대차보호법 등을 둘러싼 부동산정책으로 정당별 견해차가 큰 사안이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에 이어 김남국 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여야 공방을 펼쳤다. 이튿날인 4일엔 윤영석 통합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여야 원내대변인에게 부동산대책과 공수처법 입법 대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여름특집으로 현직 정치인을 특별진행자로 동원한 이 방송은 5일 김남국 의원, 6일 이준석 최고위원의 진행을 예고하며 ‘최강 어벤저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한국방송(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는 지난달 31일 ‘최강 어벤저스’라며 8월3일부터 닷새간의 특별진행을 예고했다. 민언련 제공
한국방송(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는 지난달 31일 ‘최강 어벤저스’라며 8월3일부터 닷새간의 특별진행을 예고했다. 민언련 제공
그런데 민주언론시민연합이 4일 ‘현직 정치인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은 위법’이라는 논평을 내어 “방송의 공정성을 해치는 현직 정치인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출연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공공재인 방송은 정치인들의 한가한 놀이터가 아니다”라며 일일진행자라도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국방송 쪽은 5일부터 정치인 대신 자사 기자 등으로 교체했다. 최강시사 제작진은 “고정출연자를 일일진행자로 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현직 의원이 청취자와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통해, 보다 나은 정책을 입안할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이런 의도와 달리 혹시 생길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교체했다”고 해명했다.

6월30일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 일일진행을 맡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6월30일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 일일진행을 맡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앞서 시비에스도 김현정 앵커 휴가 기간인 6월 말 원희룡 제주지사, 고민정 민주당 의원, 하태경 통합당 의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하루씩 진행을 맡았다. 시비에스 쪽은 “그동안 내부자를 쓰던 관례에서 벗어나 색다른 접근을 고민했다. 신선했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밝혔다.

7월1일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 진행을 맡은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7월1일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 진행을 맡은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하지만 고민정 의원은 당시 원 구성 논란을 다루며 같은 당 진성준 의원과 소속 정당에 치우친 발언으로 진행자가 한쪽 편을 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다음날 진행한 하태경 의원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을 주제로 인터뷰하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발언을 직접 반박해 논란이 일었다. 댓글에서도 “말 자르고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게 진행자가 할 태도인가?” “1시간 반 동안 방송사고 같았다” “편파방송”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채널에이 <김진의 돌직구쇼>도 지난달 22일부터 사흘간 조응천 민주당 의원에게 임시 진행을 맡겼다. 여당 국토위 간사인 조 의원은 사회적 갈등 현안인 행정수도 이전 등 부동산정책의 이해 당사자로서 대담 중에 공박에 나서 객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들었다.

■ 정치인 패널 ‘지금도 차고 넘쳐’ 방송사들은 왜 정치인 출연을 선호할까. 인지도 높은 정치인은 시청률과 청취율을 높이기 좋은 카드다. 종편이 출범 뒤 낮은 제작비로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쏟아내며 정치인 패널을 양산했다. 요즘은 지상파·종편을 가리지 않고 전직 의원들이 채널마다 나온다. 공정성 시비 속에 ‘정치인은 지금도 차고 넘친다’는 쓴소리를 듣는다. 정치인에게 방송은 얼굴을 알리는 최고의 홍보수단이기에 불러주면 고마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직이다. 선출직으로 뽑힌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방송 진행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거나 이해 충돌의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

민언련은 이들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요청을 했다. 방송심의규정 12조4항(방송은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선거에서 선출된 자와 국무위원, 정당법에 의한 정당간부는 보도프로그램이나 토론프로그램의 진행자 또는 연속되는 프로그램의 고정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아니된다) 위반을 들었다.

7월22일부터 사흘간 채널에이(A) <김진의 돌직구쇼> 임시 진행을 맡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화면 갈무리
7월22일부터 사흘간 채널에이(A) <김진의 돌직구쇼> 임시 진행을 맡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화면 갈무리
방송사들은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은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방송법(2조24항)을 보면 ‘보도’에 대해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전반에 관하여 시사적인 취재보도·논평·해설 등의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논란은 결국 방심위로 넘어갔다. 방심위 쪽은 “민원을 접수한 해당 부서에서 위반 조항 등을 검토해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방심위원도 “심의규정을 위배하는지 등 면밀하고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정치인은 자기 소속 정당에 치우쳐서 발언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언론의 객관적 거리두기가 중요하다. 이를 유지하지 못하면 또 다른 형태의 정·언 유착이 된다. 부당한 압력만이 정·언 유착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비판적인 견해가 나온다. 차기 방송학회장인 하주용 인하대 교수는 “정치권과 언론의 역할은 다르다. 정파를 지닌 정치인이 방송 진행을 맡으면 안 된다. 한쪽 의견이 일방적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말로는 아무리 ‘중립이다, 공정하다’고 해도 특정 정치적 성향을 지닌 사람의 방송 진행은 객관성, 공정성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욱 카이스트 초빙교수도 “시사 등 저널리즘 관련 프로그램은 저널리스트들이 진행해야 함에도 한국에선 다른 직업군이 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의 저널리즘 전문직주의가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 징표다. 한국의 저널리즘이 깊이 성찰해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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