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논란 끝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종합편성채널 <티브이(TV)조선>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전체회의에서 또다시 법정제재를 추가해 올해 들어 벌써 법정제재 건수만 5건에 달하게 됐다. 재승인 조건 중 ‘공정성·객관성 조항 등의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할 것’이란 조항이 있다. 앞서 티브이조선은 법정제재 중 3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으나 방심위가 기각한 바 있다.
방심위는 1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티브이조선> ‘뉴스특보’(3월9일 방송분)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며 중징계에 해당하는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티브이조선 ‘뉴스특보’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해 사회적으로 민감한 시점인 3월 초, 대구에서 온 사실을 숨긴 채 서울 한 대형병원에 입원한 확진 환자가 입원 전에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검사를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확진자는 보건소를 방문한 사실이 없어 티브이조선의 보도는 오보로 드러났다. 같은 날 <조선일보>(4면 “대구 거주자 아니다’ 거짓말…서울 백병원 뚫렸다)의 잘못된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내보낸 결과다. 조선일보는 “병원 측에 따르면 A씨는 최근 대구에서 서울의 모 대형병원을 오갔다. 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진료 예약을 거부당했다. 이후 한 개인 병원을 방문하고 보건소에서 우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으려 했으나 이마저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로 진료진의 의료 거부 문제가 불거지며 논란이 확산하자, 마포보건소 쪽에서 시시티브이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하고 질병관리본부도 확진자의 동선 조사결과 보건소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보도 나흘 만에 ‘바로잡습니다’를 게재했다.
지난달 22일 방심위 방송소위에서 ‘주의’ 결정이 내려진 이 사안은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위원 9명 가운데 6명이 ‘주의’를 2명이 ‘권고’를, 1명이 ‘의견제시’를 결정해 다수 의견인 ‘주의’로 의결됐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티브이조선은 조간의 잘못된 보도를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내보내 오보를 냈다. 대담 패널과 진행자 발언은 물론이고 자막에서도 ‘보건소에서 검사 거부’ 등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보건소가 진료를 거부해 사태가 커진 것이라는 인상으로 시청자에게 의료체계 불신이 크다는 불안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정 방송 관련해서도 “조선일보가 정정 보도한 것을 따옴표로 옮기고 방송사는 회피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는 부끄러운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이소영 위원은 “객관성 조항을 문제 삼을 때 종이 신문이나 인터넷 언론의 보도를 중계하고 확산하는 내용이 많다. 스스로 취재한 것이 아니라 오전에 종이신문에 나온 보도를 사실인 것으로 전제한다”며 종편이 종이신문에 의존하는 폐해를 비판했다. 강진숙 위원은 “사실관계를 지역보건소에 확인하지 않았으며, 의료 공백이라는 관점을 뒷받침하려는 확증편향 흐름이 발견된다. 질병관리본부뿐 아니라 지역보건소가 고생하는 상황에서 이런 보도는 객관성 조항 위반이며 취재윤리도 문제 된다”고 짚었다. 강상현 위원장은 “기자, 진행자, 외부 전문가들이 보건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자막으로 보건소에서 검사 거절 등이 6회, 의료 행정·의료 공백 등이 7회 이상 나온다. 시청자에게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중징계 결정 배경을 밝혔다.
이와 달리 방송사를 두둔하는 발언도 나왔다. 경징계인 ‘권고’를 내놓은 전광삼 위원은 “재난 상황이라 하더라도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으나 명확한 근거가 있다면 면죄부를 주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심위의 의결은 다음 전체회의에서 의결서로 확정 뒤 방통위에 송부되면 방통위에서 해당 내역을 사업자에게 통보하게 된다. 이어 방송사가 재심 청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방통위는 티브이조선의 법정제재가 5건이 넘으면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방송사의 재심 청구 등 절차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편, 지난 소위에서 같은 사안으로 함께 전체회의에 회부된 <채널에이> ‘뉴스에이 라이브’와 <엠비엔> ‘뉴스파이터’는 행정제재인 ‘권고’ 결정을 받았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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