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조선><채널에이>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2곳이 지난주 방송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재승인 심사를 받았다. 2011년 12월 개국 이후 세 번째다. 5·18 왜곡과 막말 등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두 종편은 이번에 어떤 성적표를 쥐게 될까. 정치적 편향과 선정성 등 종편의 문제점은 여전하지만 개국 당시 0.5%를 밑돌던 시청률이 각종 특혜에 힘입어 최고 2%를 넘는 등 시장에 안착해 이번에도 탈락할 방송사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 지난주 종편·보도 의견 청취
방통위는 방송, 경영·경제·회계, 법률, 기술, 시청자소비자 분야 등 외부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꾸려 지난 16~20일까지 5일간 종편과 보도채널 등 방송사 4곳에 대한 재승인 심사를 진행했다. <연합뉴스티브이><와이티엔>(YTN)등 보도채널 2곳은 이달 31일이 방송 유효기간 만료이고, 종편 2곳은 다음달 21일까지다. <제이티비시>(JTBC)와 <엠비엔>(MBN)은 11월 심사가 예정돼 있다.
심사에선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실현 그리고 재승인 때 부과된 조건 이행 여부 등을 따졌다. 방송사 대표들을 불러 의견도 들었다. 티브이조선은 2017년 재승인 심사 때 기준 점수인 650점에 미달했으나 조건부로 승인돼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채널에이도 660점대로 간신히 통과했다. 이번 심사도 ‘커트라인 언저리’의 턱걸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 종편 재승인 조건은 오보·막말·편파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에서 중징계인 법정제재를 매년 4건 이하로 줄이라는 것이었다. 지난달 방통위는 종편 재승인 조건 이행 점검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여기엔 몇 가지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티브이조선이 행정소송을 걸어 법정제재 무력화에 나섰는데, 이렇게 되면 법원 판결까지 검증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또 종편 두 곳의 재승인 조건 이행 실적과 계획서는 이미 지난해 제출돼 올해 방심위 제재나 4월 총선 보도를 점검하는 선거방송 제재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공백기를 틈타 티브이조선의 올해 법정제재가 벌써 4건이나 된다. 방심위 제재 건수를 기준으로 한 평가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신문-방송 넘나들며 여론 독과점
종편들이 지배주주인 조·중·동·매경 등 신문사와 인사 교류, 콘텐츠 공유 등 과도한 넘나들기를 하면서 여론의 독과점과 왜곡이 심해지자, 둘의 분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종편은 최대주주인 신문사 사주의 방송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신문과 방송이 서로 다른 회사지만 사회적 현안에 대해 같은 목소리로 전하면 신문·방송 두 플랫폼을 통한 여론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명박 정권 때 강행 처리된 미디어법 개정으로 여론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를 구분할 칸막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조선일보가 티브이조선의 <미스터트롯> 기사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티브이조선이 조선일보를 인용하며 안건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종편은 시사프로그램에서 관계사 신문기자를 패널로 동원하기도 한다. 티브이조선이 지난달 <신통방통> 패널 4명 가운데 3명을 조선일보 기자(2명)와 티브이조선 해설위원으로 채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패널 구성의 편향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종편 승인 당시 신문·방송 겸영 사업자의 여론 독과점을 억제하기 위해 일간신문의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해 합산하는 ‘시청점유율 30% 제한’ 제도를 도입했지만 기준이 높아서 어떤 방송사도 해당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티브이조선은 언론복합체를 통해 정치권, 대기업, 법조계 등 기득권 세력과 결탁해 이들의 이해관계를 옹호하기 위해 방송을 사유화한다”며 “민주적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언론복합체를 해체하기 위해 종편과 신문은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치 혐오 조장하며 여론 호도
종편이 정치 혐오를 조장하며 바람직한 정치 문화 담론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질타도 나온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나 패널들이 한쪽 지지자들만 의식해 성숙한 공론을 이끌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박태순 미디어로드연구소 소장은 “종편의 정치 보도나 대담·토론 등을 보면 정치공학적 접근과 패권주의 시각으로 한국 정치를 망치고 있다. 정치인들도 이런 종편에 휘둘린다. 패널들이 국민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여론을 호도하거나 한쪽으로 몰고 간다”고 짚었다.
종편에 출연하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등 편향적 발언을 일삼았던 패널이 정치권에 입성하기도 한다. 채널에이 토크쇼 <정치데스크>의 단골 패널인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대깨문, 대깨조” 등 막말로 지탄을 받았지만, 이번에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당선권 번호를 따냈다.
방송시장의 공정 경쟁을 위해 종편에 주어졌던 특혜를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선영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황금채널 배정, 지상파와 차별화된 1사 1렙 광고제도 등 그동안 종편에 쏟았던 특혜를 회수하고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콘텐츠 품질 제고를 위한 방송심의 강화 등 규제 장치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