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7개 언론·시민사회·종교단체로 구성된 ‘조선동아 거짓과배신의 100년청산 시민행동’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옆 원표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 참석자들이 오종선 조각가가 <조선일보>의 반민족 역사를 두루마리 휴지로 형상화한 설치미술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조선일보>는 1937년 1월1일 일왕 부부 사진을 1면에 실은 것을 시작으로, 1940년 폐간 전까지 해마다 1월1일 일왕 부부의 사진을 실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진실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조선일보>에 대해 “반민족·반민주·반평화 보도 행태 등 치욕의 100년사를 먼저 청산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5일 조선일보는 1면에 ‘100년 전 그 춥고 바람 불던 날처럼, 작아도 결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다’는 자화자찬 사설과 함께 창간 특집 100면을 발행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57개 언론·시민사회·종교단체로 구성된 ‘조선동아 거짓과배신의 100년청산 시민행동’(시민행동)은 이날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사옥 옆 원표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0년 동안 이어져온 거짓과 배신 행각은 이제 청산돼야 한다”며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시민행동은 이날 회견문에서 “조선일보는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에, 군사정권 시대엔 독재에 굴복하여 그 불의한 권력에 협력하고 부역하며 민족과 국민이 결정적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얼마나 비열하게 조국을 배신했는지를 보여줬다”며 “지금은 스스로 권력이 되어 사실과 진실을 비틀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조선일보가 자유언론실천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1975년 3월6일 32명의 기자들을 강제 해직시킨 뒤 지금까지 복직은커녕 공식적인 사과조차 없다는 점도 규탄했다. 성한표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 위원장은 “치욕의 100년을 청산하라는 시민들의 외침에 조선일보 내부 젊은 기자들도 시대적 사명을 깨닫고 달라지기를 믿는다”고 기대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조선일보는 민주화 요구 목소리를 폄훼하고 재벌 편에 서서 노동자를 무시해왔다. 조선일보 구성원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된 보도를 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국언론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어 “100년 적폐 조선일보 청산이 언론 신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언론개혁을 촉구했다. 또 민주노총을 비롯한 산별노조 11곳도 잇따라 성명을 내어 “언론개혁을 염원하는 양심적인 언론인, 사회시민세력들과 함께 조선·동아가 청산되는 그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국 100곳에 조선 치욕의 100년 반성을 촉구하는 펼침막도 걸었다.
시민행동이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 작업한 ‘조선일보 100년 최악의 보도 10선’도 이날 공개됐다. 일제 왕실 찬양, 일왕 생일 대대적 축하, 박정희 유신체제 지지, 광주 학살 전두환 찬양, 부천서 성고문 인권유린 은폐, 평화의 댐 허위 보도 등이다. 오종선 작가의 설치예술 ‘조선일보 100년전’도 눈에 띄었다. 일제강점기에 해마다 1월1일 1면에 일왕 부부 사진을 싣고 제호 위에 일장기를 올려놓은 조선일보를 두루마리 휴지를 이용해 전시했다.
한편, 사회참여 프로젝트 동아리인 ‘너와내가’도 6일 ‘최악의 100년 지금 당장 폐간하라’는 내용으로 조선일보를 규탄하는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