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씨의 자산관리인 인터뷰를 보도한 <한국방송>(KBS) 메인뉴스 <뉴스9>에 중징계를 내린 것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방심위 제재가 한 쪽 견해만 반영해 양자 소명의 균형점을 잃었다는 것이다.
방심위는 지난 24일 전체회의에서 이 뉴스의 취재원 인터뷰 중 일부 내용만 발췌해 맥락이 왜곡되는 ‘선택적 받아쓰기’로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며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관계자 징계는 법정제재 중에서도 과징금 처분 다음으로 높은 수위이다. 앞서 5일 열린 방송소위에선 법정제재인 ‘주의’ 등이 거론되었으나 전체회의에서 되레 수위가 올라 이례적이었다. 이는 인터뷰 당사자인 자산관리인 김아무개씨가 방심위 사무처에 보낸 의견서가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의견서에는 한국방송과 검찰의 내통 의혹 등이 담겨 있다.
한국방송 당시 뉴스 제작진은 26일 입장문을 내어 “현장에서의 저널리즘은 취사와 선택의 연속이다. 주제·소재·인터뷰이·내용 정리까지 선택은 저널리즘 행위의 처음이자 마지막을 관통한다”며 “취사와 선택의 결과가 맘에 들지 않아 비판할 수는 있어도 ‘처벌하고 단죄’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방심위가 ‘객관성 조항’을 어겼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 “김씨의 의견이나 주장이 담긴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관계만을 중심으로 보도해 허위나 왜곡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의 진술 기회를 배제한 절차적 문제점도 들었다. “김씨 의견서를 심의 결과에 반영하며 한국방송 쪽이나 제작진에게 사실 관계를 묻거나 의견을 내도록 요청한 적이 없다는 점은 명백하고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는 것이다.
이 방송사는 지난해 9월 이 보도로 논란이 확산되자 시청자위원회에서 조사 뒤 “인터뷰 전체적 맥락과 상관없이 자의적인 짜깁기 형식”으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위배했다며 출입처 제도 개선과 기자윤리의식 제고 등을 권고한 바 있다. 보도본부도 취재 시스템 개선안 정비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확정되지는 않았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도 ‘반론권 생략한 중징계 결정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어 “논쟁적 사안에 대해 한 쪽의 주장만을 근거로 내려진 일방적 결정을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재심 요청을 받아들여 제작진의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객관성을 결여한 방심위의 부실 심의’라는 논평을 통해 보도 과정에서 취사선택은 언론의 재량 범위에 해당하는데 ‘선택적 받아쓰기’라는 이유만을 들어 객관성 위반을 결정하는 것은 과잉심의의 전형적 사례로 언론 자유 침해가 될 수 있고, 정치심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과 반론을 듣지 않은 점 등을 문제삼았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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