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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30년 만에 홀로서기 나선 TBS ‘시민 미디어’로 첫 발

등록 2020-02-25 17:19수정 2020-02-26 09:40

교통방송, 독립법인으로 새출발
서울시 교통본부 소속 사업소에서
공영 가치·시민 밀착 종합 채널로
구성원 신분 공무원→민간인 전환
직무 전환·제작에 유연성 확보

시민 참여 프로그램 제작 나서지만
정치·경제적 자립성 확보 부족
방통위 상업광고 허가 불발에
재원 다각화 개선안 논의 과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티비에스> 사옥.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티비에스> 사옥.
서울시 산하의 <교통방송>(tbs)이 지난 17일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티비에스)라는 독립법인으로 첫발을 떼며 30년 만에 방송 독립성 확보에 나섰다.

1990년 개국한 교통방송의 법적 지위는 ‘서울시 교통본부 소속 사업소’였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인 경직성 탓에 재정과 인사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방송사의 입장에선 걸림돌이 많았다. 방송 콘텐츠도 교통·기상 정보와 서울시정 등 기능적이고 행정적인 역할에 치우치거나 서울시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제작 자율성 침해나 방송 사유화 논란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독립 법인화 논의가 이뤄졌고, 드디어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법인 변경 허가를 받았다.

■ 지역과 시민에 밀착 <티비에스>(TBS)는 “교통·기상 정보 중심의 ‘교통방송’이라는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 ‘종합채널’로서 뉴미디어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의 한 부서에서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탈바꿈한 티비에스의 목표는 공영적 가치를 지향하며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시민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독립 법인으로 바뀌며 가장 먼저 달라진 점은 소유주에서 서울시장(박원순) 이름을 뗐다는 것이다. 대신 지난해 말 서울시민 100명이 참여한 시민평가단 앞에서 정책설명회를 열고 이강택 사장을 티비에스 대표로 선임했다. 이후 뉴미디어를 겨냥한 전략기획실 신설 등 조직을 개편하고 필요한 인력을 외부 수혈하기도 했다.

구성원들의 신분도 임기제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달라졌다. 민간 조직으로 바뀌면서 방송사 특성에 맞게 직무 전환도 수월해졌다. 허경 티비에스 시민협력팀장은 “그동안은 공무원 조직 특유의 경직성으로 직종 전환이 어려웠는데 유연성이 생겼다. 외주 프로그램도 서울시가 주체가 되어 입찰 공모했다면 이젠 직접 공모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들도 개방형 제한 경쟁을 거쳐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런 고용 안정을 토대로 일반 시민을 위한 정보와 뉴스 확대, 마을 미디어와의 제휴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늘리며 시민방송으로서 자리매김에 나섰다. 허경 팀장은 “육아를 하는 아빠들의 수다 스토리와 청년 예술가들의 지역 문화 활동 등 시민 공모를 받은 프로그램도 조만간 방송 형식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통정보는 교통 상황 리포트 위주에서 벗어나 변화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춰 데이터를 활용, 취합·분석한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티비에스 간판 프로그램은 라디오에선 <김어준의 뉴스공장>, 티브이에선 <티브이 민생연구소>다. ‘시민 편애 방송’을 내세우며 사회적 약자인 ‘을’의 시선에서 세상을 짚는 <민생연구소>는 1년 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8곳에서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으며 자리를 잡았다. 청취율이 높은 <뉴스공장>은 효자 프로그램이지만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논란 불식을 위해 정치 집단 위주에서 벗어나 시민 참여 확대도 검토 중이다. 당장 4·15 총선을 앞둔 보도에서도 시민이 원하는 생활정치 등 일상에 밀착한 주민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송원섭 티비에스 라디오제작본부장은 “시민을 대표하는 인물 30여명을 선정한 뒤 가칭 ‘시민 마이크’를 두고 라디오와 티브이 뉴스 속에서 실질적인 시민의 목소리를 녹여내려 한다. 이들을 통해 정당과 정치인에게 의제별로 질의하거나 인터뷰해 답을 얻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시로부터 실질적 독립 과제 티비에스의 향후 핵심 과제는 정치·경제적 독립이다. 서울시 의존율을 낮추고 재원 구조를 다원화해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예산 510억원 가운데 서울시로부터 약 360억원을 지원받았다. 독립 법인화 작업에 관여한 김동원 전 교통방송 방송정책보좌관은 “그동안 수익 구조 80% 이상이 서울시 출연금이었다. 서울시와 시의회에서 용처와 사용 계획 등을 협의한 뒤 통과시켰다. 인력 운용이나 프로그램 제작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법인화를 계획할 때 정치적 독립과 자율적 운영 확보 등 두 가지 독립화 방안을 주요한 과제로 꼽았다”고 강조했다. 이사 11명 가운데 서울시, 서울시의회 당연직 이사 등이 여전히 포진돼 있지만 노동자 이사 2명이 선임돼 그나마 시민이 참여하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재원 다각화 논의에서는 서울시민 후원 모델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상태다.

현재 광고는 협찬 캠페인으로 한정돼 있다. 재정 자립성 확보를 위해 방통위에 상업광고를 요구했으나 불허됐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방송 독립성을 위해 재원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서울시 전입금으로 재정 안정화가 시급하지 않다며 총체적인 광고 제도 개편 속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남표 방통위 정책위원은 “광고를 허용했을 때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분석이나 시뮬레이션을 한 뒤 답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서울시에 의존하는 재정적 부분을 묵과하면 방통위가 책임을 방관하는 것이다. 광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티비에스도 다른 재정적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제작비 확대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고품질로 만들어야 건강한 공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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