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새 사장에 해직기자 출신의 박성제 전 보도국장이 뽑혔다. 해직자 출신은 최승호 현 사장에 이어 두번째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22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3배수로 압축된 후보들의 정책발표를 듣고 공개 면접 뒤 투표한 결과, 재적 이사 과반의 지지를 얻은 박 후보를 새 사장 내정자로 선임했다. 박 내정자는 24일 오전 주주총회를 거쳐 사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임기는 3년이다.
1993년 문화방송 기자로 입사한 박 내정자는 2012년 당시 김재철 사장 체제의 불공정 방송에 항의하는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최승호 현 사장과 함께 쫓겨났다. 해고당한 뒤 유튜브 방송 <뉴스포차>를 진행했으며, 취미로 시작한 스피커 제작에 대한 반응이 좋아 ‘쿠르베오디오’라는 회사까지 차려 대표를 지낸 바 있다.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 취임과 함께 복직 뒤 보도국 취재센터장, 이듬해 6월 보도국장을 맡으며 추락한 문화방송 뉴스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내정자는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드라마왕국 명성을 되찾겠다는 포부부터 밝혔다. 그는 “지난 2년간 보도 및 시사프로그램 등 문화방송 저널리즘 경쟁력은 많이 회복되었다고 자평한다. 새로운 경영자에게 닥친 가장 큰 과제는 드라마를 살려야 한다는 요구다. 드라마는 문화방송 엔진이나 힘을 많이 잃어 경영 위기에 처했다. 예능도 지난해부터 탄력을 받아 궤도에 올라가고 있지만 드라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10여년간 능력있는 피디들이 많이 빠져나갔고 개인 역량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시대가 아니어서 창의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상파방송 광고 시장은 1조원대에 그치는 반면 디지털 광고 시장은 5조원이 넘어서는 등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맞춤한 콘텐츠 전략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그는 “디지털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 확대와 인재 투입 등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적폐 청산과 무너진 조직 재건 등 공영방송 토대를 다지는 것이 지난 2년간 최승호 사장의 과제였다면 새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2천억원 넘는 누적 적자 해소 등 경영 위기 극복이 눈앞에 닥친 가장 절실한 숙제다. 그는 수익 창출을 위한 새 사업 도전 구상도 밝혔다. “공영방송 품격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유망한 사업 인수를 포함해 인공지능, 아이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보려 한다”며 트렌드를 고려한 대중문화사업 검토 등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청자인 시민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시민평가단을 처음 도입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참여가 무산됐다. 방문진은 “온라인으로 이들의 질문을 받아 후보 검증에 활용했다”고 전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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